기업 부동산 매각 이렇게/ “유동성 위기전 팔아야 제값”

기업 부동산 매각 이렇게/ “유동성 위기전 팔아야 제값”

김성곤 기자 기자
입력 2001-06-22 00:00
수정 2001-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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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4,000억원대까지 내려갔던 ‘I-타워’를 7,000억원대에 팔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국내 부동산이 외국계 자본에 헐값에 팔려나가는 가운데서울 강남구 역삼동 I-타워의 처분비법에 기업들의 관심이쏠리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초 JP모건을 주간사로 I-타워 매각에 나섰을 때만해도 모 외국계 자본이 제시했던 금액은 4,900억원이었다.그러나 불과 4개월만에 미국계 투자회사 론스타에 7,000억여원에 팔았다.

그것도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5억달러를 미국에서 들여오는 외자유치 효과까지 거뒀다.또 매각대금의 90%가량을 향후 1개월내에 지급하는 좋은 조건이다.

△팔려면 빨리 팔아라=현대산업개발이 I-타워를 매각키로한 것은 현대건설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12월.현대산업개발은 2001년에만 7,000여억원 가량의회사채 상환물량을 안고 있었다.

정몽규(鄭夢奎) 회장 등 경영진은 기업이 더 어려워지기전에 I-타워를 팔기로 결정했다.대부분의 기업이 부도가나거나 유동성 위기에 몰린 뒤 자산매각에 나서 제값을 받지 못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만약 현대산업개발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시점에서 I-타워 매각에 나섰다면 4,000억원을 받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보안은 절대=현대산업개발은 I-타워 매각을 철저히 보안했다.사내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지만 직원간 정보교류를 차단시키고 직원이 사장에게 직접 진행상황을 서류 대신 구두로 보고토록 했다.

또 JP모건과 별개로 모건스탠리가 매수접촉을 시도하자별도의 팀을 만들어 전담토록 했다.1개팀이 두곳을 접촉할경우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론스타 매입이라는 깜짝쇼는 이러한 각개격파로 가능했다.

△언론도 활용하자=현대산업개발은 I-타워를 비밀리에 팔려고 했다.알려질 경우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그러나 이같은 매각계획이 언론에 보도됐고,가격이 실제 내려갔다.이때 제시됐던 가격이 4,900억원.

그러나 막판에 국내 기업들도 I-타워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적잖은 보탬이 됐다.매수의사를 표시한 기업들간에 경쟁이 붙었다.

△경쟁자를 만들자=한편에선 합병을추진 중인 국민은행과주택은행이 합병은행 사옥으로 쓰기 위해 I-타워를 매입하려는 접촉도 이뤄졌다.

실제로 주택은행 등은 론스타 못지 않은 조건을 제시했던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합병은행의 은행장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지연됐다.

이 때 나타난 것이 론스타.현대산업개발은 주택은행이라는 카드를 적절히 활용했다.그러다 론스타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매각작업을 주도한 한 임원은 “자산을 처분하려 한다면기업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매각에 나서야 제값을 받을 수있다”며 “매각시에는 철저한 준비와 보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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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기자 sunggone@
2001-06-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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