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국제합작 아직은 초보단계

영화계 국제합작 아직은 초보단계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1-06-08 00:00
수정 2001-06-0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영화계에 ‘손잡는 소리’가 요란하다.영화제작 사상 처음으로 사전기획단계에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인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가 유별나게 그렇다.국내 굴지의 제작사 싸이더스와 일본 최대의 영화사 쇼치쿠,홍콩의 메이저 영화사 어플로즈 합작품이다. 3사는 이 영화에 18억원의 순수 제작비를공동투자했다.현재 70% 쯤 만들어졌다.올초 개봉된 ‘순애보’도 한국·일본의 합작 영화였다.거세진 합작 바람은 협소한 국내 시장을 국제적으로 넓혀 급팽창하는 제작비를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본격합작 물꼬 터질까=싸이더스가 손잡은 두 영화사는 아시아권에서 메이저로 통한다.쇼치쿠는 말할 것도 없고,어플로즈는 ‘첨밀밀’의 천커신(陳可辛)감독이 주도하는 탄탄한 영화사다.싸이더스가 45%,쇼치쿠와 어플로즈가 각각 40%와 15%를 투자한다.

이 영화에 투자한 3개사의 진짜 노림수는 뭘까.배급망 사전확보를 위해서다.충무로에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판로’를 미리 뚫어놓겠다는 전략이다.

김형순 싸이더스 대표는 “쇼치쿠는 일본과 해외배급을,어플로즈는 홍콩과 동아시아권을 각각 책임진다”면서 “싸이더스가 투자금을 먼저 뽑고 나머지 수익을 배급비율에 따라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싸이더스로서는 안정성을 보장받고 영화를 찍게 된다는 얘기다.

●합작 현황=합작영화 붐이 진작부터 일었던 것같으나,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화진흥법에 따르면 국제공동제작(합작)이란 한국자본 최소 20% 이상에 국적이 다른 ‘자본’이 결합된 것이다.이 규정에 걸맞는 국내 합작영화는 일본 쇼치쿠가 35%를 투자한‘순애보’가 거의 유일하다.

지금까지 합작은 대부분 배우들끼리의 단순교환이거나 (우리쪽에서)장소만 빌린 경우였다.한중합작으로 알려진 ‘아나키스트’는 중국 로케이션에 그쳤다.‘비천무’도 고작 1억여원 상당의 현물만 중국측으로부터 제공받았다.이런 ‘조건미달’ 사례들을 다 합해도 국내 합작영화는 10편이 안되는걸음마 수준이다.

●합작만이 능사?=합작에 대한 영화가의 견해는 일단 호의적이다.“한국영화의 파이를 넓히는 유일한 대안”(심재명 명필름 대표)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작이 여러 형태로 본격화할 때 예상되는 문제를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 들린다.

가장 애매한 대목이 스크린쿼터 의무상영 적용문제.어디까지를 한국영화로 인정해야 하느냐로 시끌러워질 수 있다.황동미 영화정책연구실 연구원은 “법적으로는 공동제작일지라도 정서로는 전혀 한국영화가 아닌 작품들이 쏟아질 것”이라면서 ”문화적 정체성을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개봉을 앞둔 ‘미션바라바’가 그렇다.명색이 한일합작이지만,나영희 윤유선 등 극소수의 한국배우만 출연했고한국제작사의 투자지분은 20%뿐이다.줄거리까지 야쿠자 이야기다.

“영화합작의 선진국인 유럽이 정체성없는 무국적 영화들,이른바 ‘유럽푸딩’영화들로 몸살앓는 현실을 새겨봐야 할것”이라고 영화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황수정기자 sjh@
2001-06-08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