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국 방문중 CBS-TV 대담프로에 출연한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독립선언서와 에이브러햄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줄줄 암송해 미국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칠순 노정객이 TV 출연을 위해 원문을암기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의 기억력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장쩌민 주석의 이날 TV 출연은 중국의 WTO 가입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미 공화당 소속 상·하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였다.
장 주석이 이번에는 쿠바 방문중 특유의 간접 화법으로미국을 공격했다.‘강 건너 비바람 미친 듯 거세나,푸른솔의 강직함은 산처럼 굳건하다(隔岸風聲狂帶雨 靑松傲骨定如山).’ 이백(李白)의 시를 개사한 칠언율시다.홍콩 진후이(浸會)대학 황즈롄(黃枝連)교수는 “군용기 충돌 사건과 미국이 쿠바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가운데 장 주석의 시는 중국과 쿠바가 함께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시구중의 ‘강 건너(隔岸)’는 대만해협,중국과 미국간의 태평양해협,쿠바와 미국간의 플로리다해협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풀이다.중국과 쿠바가 공동으로 부시 행정부의 패권주의,즉 ‘미친 듯 거센 비바람(風聲狂帶雨)’에 맞서 ‘푸른 솔(靑松)처럼 의연하고 산처럼 굳건하게 임하자(傲骨定如山)’는 뜻이다.
중국 정치 지도자들은 간접 화법에 능하다.1994년 중국을방문한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과 요담하는 자리에서 첸치천(錢其琛) 당시 외교부장(현 부총리)은 난데없이 자기방에 걸린 시 한편을 소개했다.‘산 막히고 물 막혀 길이없는가 했더니,버들잎 푸르고 복숭아 꽃 만발한 마을이 나오네(山窮水盡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중국 남송시대 시인 육방옹(陸方翁)의 명작으로 어떤 경우에도 절망은 없다는 뜻이다.당시 북한 핵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을무렵 중국측의 역할을 요구한 우리측에 보내는 간접 메시지였던 것이다.그날 YS가 뭐라고 화답했는지는 알려지지않았으나 첸치천의 말대로 북한 핵 문제는 막다른 길목에서 극적인 해결책을 찾아내 북·미 제네바 핵기본합의로이어졌다.정찰기 문제를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미·중 관계도 육방옹의 시처럼 잘 풀리기를 기대한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장 주석이 이번에는 쿠바 방문중 특유의 간접 화법으로미국을 공격했다.‘강 건너 비바람 미친 듯 거세나,푸른솔의 강직함은 산처럼 굳건하다(隔岸風聲狂帶雨 靑松傲骨定如山).’ 이백(李白)의 시를 개사한 칠언율시다.홍콩 진후이(浸會)대학 황즈롄(黃枝連)교수는 “군용기 충돌 사건과 미국이 쿠바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가운데 장 주석의 시는 중국과 쿠바가 함께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시구중의 ‘강 건너(隔岸)’는 대만해협,중국과 미국간의 태평양해협,쿠바와 미국간의 플로리다해협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풀이다.중국과 쿠바가 공동으로 부시 행정부의 패권주의,즉 ‘미친 듯 거센 비바람(風聲狂帶雨)’에 맞서 ‘푸른 솔(靑松)처럼 의연하고 산처럼 굳건하게 임하자(傲骨定如山)’는 뜻이다.
중국 정치 지도자들은 간접 화법에 능하다.1994년 중국을방문한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과 요담하는 자리에서 첸치천(錢其琛) 당시 외교부장(현 부총리)은 난데없이 자기방에 걸린 시 한편을 소개했다.‘산 막히고 물 막혀 길이없는가 했더니,버들잎 푸르고 복숭아 꽃 만발한 마을이 나오네(山窮水盡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중국 남송시대 시인 육방옹(陸方翁)의 명작으로 어떤 경우에도 절망은 없다는 뜻이다.당시 북한 핵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을무렵 중국측의 역할을 요구한 우리측에 보내는 간접 메시지였던 것이다.그날 YS가 뭐라고 화답했는지는 알려지지않았으나 첸치천의 말대로 북한 핵 문제는 막다른 길목에서 극적인 해결책을 찾아내 북·미 제네바 핵기본합의로이어졌다.정찰기 문제를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미·중 관계도 육방옹의 시처럼 잘 풀리기를 기대한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1-04-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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