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딸들에게 축구팀을 許하라

[편집위원 칼럼] 딸들에게 축구팀을 許하라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1-03-22 00:00
수정 200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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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계 수재들이 최우수 고교생으로 뽑히거나 명문대를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기이하게 생각되는 점이 하나 있었다.그들이 공부만 잘한것이 아니라 학교 축구부 주장으로 활약했다든가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라든가 하는 말들이 반드시 뒤에 따라 붙는다는 것이다.공부 잘하는 것 하나만도 신통한데 운동과예술까지?1년간 그들을 가까이 관찰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이런 의문은 자연스럽게 풀렸다.학생 누구나 교과외 활동에 참여할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이를 독려하는 대학 선발제도의 결합이 이런 조합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특히 고등학생들의 체육활동 등의 경력은 대학 입학에 있어 학과 성적 못지않은 중요한 전형 요소가 된다.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는 정규 체육시간 외에 종목별로 대표팀과 일반팀 등 2개 이상의 팀을구성해 수업이 끝난 오후에 매일 훈련을 하거나 교외 대항전을 갖는다.학교는 감독·코치는 물론 경기용품과 유니폼,경우에 따라선 신발까지 무료로 지원을해주고 학생들은‘학과 성적만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자기가 원하는 팀에서 운동을 할 수가 있다.

오늘날 미국의 경쟁력은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다져진 체력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보기에 이르렀다.

강의실과 도서관,기숙사를 다람쥐 쳇바퀴돌 듯 오가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책과 씨름을 해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 미국 대학생활을 치러내기 위해서는 단단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며 이렇게 밀도 높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훗날 비즈니스나 연구개발 활동에서비교 우위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게일 에반스 CNN방송 부사장이 커리어우먼의 성공 비결을조언한 책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는 스포츠 활동의 유효성에 또 하나의 통찰력을 제공한다.그에 따르면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경기를 통해 ‘이기는 법’을 배운다.전략과 목표 수립,경쟁과 모험을 배우며팀 플레이를 체험한다. 반면 여자들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으며,어쩌다 참여하더라도 ‘승리’가 아니라 ‘친구와 멋진시간을 보내기 위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분야에 들어와서도 성공적으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임 경험을 못하는 부류가 어디 여자뿐이겠는가.국내에서 정규 교과시간 외의 학교 체육은 ‘준프로급’ 선수들의 엘리트 체육이 전부다.여학생은 물론대부분의 남학생들의 경기 체험은 골목축구나 길거리농구수준이고 그나마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입시 공부에 매달려 운동은 생각도 못한다.에반스의 관찰대로라면우리의 교육은 경쟁력 배양의 필수과목인 ‘게임의 법칙’교육을 남녀 모두에게 결(缺)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교육당국이 중·고등학교의 특별활동을 다양화하고,대학 전형에 비(非)교과 영역을 강화하도록 방향을잡은 것은 그런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국민의 행복과 국가 경쟁력이 영어·수학 점수로만 해결날 일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정도는 너무나 미약한 것 같다.내년도 대학 입시요강도 팔방미인 뽑기식 혹은 성적 위주 전형이예고되고 있고,학생들은 ‘그래도 수능’이라며 문제 풀이에 매달린다.

지·덕·체를 동시에 고양하는 교육현장은 언제쯤 실현될수 있을까.

■신 연 숙 위원 yshin@
2001-03-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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