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선거/ 세기의 격전

美 대통령 선거/ 세기의 격전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0-11-09 00:00
수정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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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끝나지 않았다.43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11월 7일 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대혼란속에 빠졌다.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살얼음을걷는 리드를 지켜 승리하는 듯했으나 플로리다의 재개표 결정으로 당락은 원점으로 돌아갔다.부시는 승리 발표를 철회하고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패배 시인을 번복하는 등 혼전을 거듭했다.

플로리다의 재개표 결과에 따라 1차 개표의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자 미국 방송사는 부시 승리를 번복하는 방송사상 초유의 사태를 연출했다.미국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세계 언론들도 대선 결과의 향배를 판단하지 못해 혼선을 빚었다.

대혼전은 미국 방송사들의 섣부른 보도에서 출발했다.출구조사를 바탕으로 CNN과 ABC,CBS 등은 고어의 승리를 일찌감치 보도했다.고어측은 접전을 예상하던 플로리다에서 뜻밖의 수확을 거두자 백악관 입성을 자신했다.텍사스 오스틴의 한 호텔에서 선거결과를 지켜볼 계획이었던 부시는 크게 낙담,주지사 관저로 발을 돌렸다.

그러나 개표 2시간만에 상황은 급변했다.부시가 근소한 차이로 리드하자 각 방송들은 당초 예측보도를 일제히 취소했다.이로 인해 192명까지 올라갔던 고어의 선거인단 수는 167로 떨어지며 선거인단 172석을 확보한 부시에게 역전당했다.

이후부터 플로리다의 개표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총 10시간에 걸친 1차 개표는 후보들의 피를 바짝바짝 말렸다.표차가 벌어졌다 좁혀졌다 할 때마다 양쪽 후보측과 지지자들은 탄성과 환호를 번갈아 질렀다.유권자들도 밤잠을 설치며 사상 최고의 접전을 뜬 눈으로 지켜봤다.

이런 가운데 나머지 주의 선거결과가 속속 드러났다.예상대로 고어는 동부와 서부를,부시는 중부와 남부를 장악했다.양측은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면서 선거인단을 확했다.개표 7시간을 넘기면서 부시 246,고어 242로 부시가 박빙의 우위를 지켰다.

남은 곳은 플로리다(25석),위스콘신(11),오리건(7석),아이오와(7석) 등 4곳.당초 혼선 지역으로 꼽혔던 6개주 가운데 펜실베이니아(23석)와 워싱턴(11석)은 고어가,미주리(11석)와 테네시(11석)는 부시가각각 차지했다.이때까지만 해도 개표는 차질없이 진행되는 듯 했다.그러나 아이오와에서 고어가 이겨 고어의 선거인단 수가 249석으로 늘어나며 부시를 추월하자 관심은 온통 플로리다에 쏠렸다.오리건이나 위스콘신의결과와 관계없이 플로리다만 이기면 바로 당선자가 되기 때문이다.

개표가 88% 진행됐을 때만 해도 부시는 15만표 차이로 여유있게 앞서갔다.그러나 개표 진행률이 90%를 넘으면서 고어의 대추격전이 펼쳐졌다.표차는 1만표차 미만으로 좁혀졌고 95%가 지나도 당락 여부는 불투명했다.

문제는 부재자 표가 남아있고 최종 집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CNN이 부시 승리를 성급히 보도했다.부시는 대선승리를 자축하며 당선성명을 준비했다.고어도 부시에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했다.그러나 플로리다의 캐서린 해리스 국무장관이 두 후보간 표차가 유권자의 0.5% 포인트 이내이면 재개표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선거운동 본부에서 패배를 시인하려던 고어측은재개표를 주장하며 부시의 승리 선언이 시기상조라고 발표했다.CNN도 부시승리 발표를 철회한다며 다시 두번째 실수를 시인했다.부시측은 표차가 1,200표에 달해 재개표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승리를 장담했다.

그러나 부재자 표가 5,000여표에 달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투표는 끝나고 선거일이 하루가 지났어도 부시와 고어는 여전히당선자가 아닌 대선 후보로 남아있을 뿐이다.

백문일기자 mip@
2000-11-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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