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누적된 불신·의혹 바로잡는 첫걸음”

수험생 “누적된 불신·의혹 바로잡는 첫걸음”

박록삼 기자 기자
입력 2000-10-09 00:00
수정 200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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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신림동 고시촌 수험생들은 잇달아 들려오는 ‘승전보’에 들뜬표정들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에서는 “출제 오류로 인해 피해를입은 이들에 대해 국가가 민사상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는 판결이나왔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섰던 태모씨(31)등 213명은 한 사람당 1,000만원씩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이로써 같은 내용으로 소송이 계류중인 170여명의 나머지 학생들의 전망도 밝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40회 사시 1차 시험에 불합격한 527명의 수험생에 대해 불합격 직권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이는 지난 97년 39회시험부터 41회까지 잇달은 것이다.

이 밖에도 그동안 수험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입지를 좁게 만들었던‘사시 4회 응시제한’도 폐지쪽으로 가닥이 잡혀 나가고 있다.수험생들이 합격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불태울 수 있게 만드는 배경들이다.

이번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5일 오전 신림동 고시촌에서 만난 상당수의 학원 관계자들과 수험생들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반응이다.이곳에서 10여년동안 서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민모씨는 “당연한 결과”라면서 “오랫동안 잘못돼 왔던 정부의 무책임한 시험 관리를 바로 잡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사법시험에서 그동안 쭉 문제와 답안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의 불신과 의혹을 증폭시켰던 것이 사실이다.시험 관리기관인 정부가출제된 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면서 시험이 끝난 뒤면 항상 등장하는 실재(實在)하는 논란을 외면했다는 것이 대부분 수험생들의 생각이었다.하지만 올해 제 42회 사법시험부터 문제지를 들고나올 수 있게 하며 문제를 완전 공개해 논란의 소지는 줄어들 수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입법예고된 ‘사법시험법 제정안’을 보면 정보공개의 폭을 ‘6개월 한도내에서 본인만’이라고 제한해 이 문제는 여전히 불씨를안고 있다.앞으로 더욱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대목이다.

박록삼기자.

*”허술한 시험관리 시스템에 경종”.

“국가의 허술한 시험관리 시스템에 대한 경종입니다.앞으로는 관련공무원, 출제위원에게도 책임을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지난 4일 사시 문제 출제 오류에 대해 213명의 학생들에게 국가는 1,0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얻어낸 이재화(李在華) 변호사는 이번판결의 의미와 앞으로 과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지난해말 불합격 직권 취소 소송 승소에 이어잘못된 행정이 막대한 국고의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덧붙였다.앞으로 527명중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1,000만원의 위자료를 주려면 국고 52억 7,000만원이 필요하다.

“이 수십억의 돈을 시험 관리에 썼더라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집행이 되지 않았을까요.근시안적인 정책이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하지만 이 변호사는 그저 정부의 탓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는 앞으로 대책에 대해 주무기관인 행정자치부 고시과의 열악한업무 환경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행자부 고시과소수의 인원만으로 수많은 시험을 담당하며 문제 출제,시험장 선정,감독 등을 맡고 있는 현실에서내실있는 시험관리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또한 그는 문제 출제에 있어서 출제위원들이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문제 실명제’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제안했다.

이 변호사가 이번 소송을 맡게 된 데에는 지난 4년동안 고시촌 학원가에서 행정법 강의를 하며 고시생들과 쌓은 정(情)에 기인한다.게다가 이 변호사는 현재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기도 하다.지난 불합격 직권 취소 소송에서도 그는 승소를 이끌어냈다.

“시험관리의 기본 방향이 사후 점검 시스템에서 사전에 오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어야 수험생들의 불안과 의혹을 완전히 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전 예방을 통해 국가의 행정이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록삼기자
2000-10-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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