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에서의 3박4일은 반세기 동안의 ‘긴 이별’에 비해 너무나 ‘짧은 만남’이었다.남과 북으로의 출발을 하루 앞둔 17일 이산가족들은 하룻밤만 자고 나면 또 다시 ‘생이별’을 해야하는 기막힌 현실에 울고 또 울었다.남북이 각각 주최한 환송 만찬에 참석했다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회한과 상념에 젖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했다.
◆박재규 통일부장관이 17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마련한 만찬에는 여야 정치인을 포함,300여명이 참석,성황을 이뤘다.
박 장관은 만찬사에서 “짧은 시간이었던 만큼 헤어짐은 더욱 애틋해 잡았던 손을 차마 놓치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접고 다시 만날그 날을 기약하자”며 북측 상봉단과 남측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남한의 막내딸 최순애씨(48)씨가 선물한 한복을 입고 나온 류미영북측 단장도 답사에서 “서울에서 보낸 며칠은 격정 속에 흘러간 나날이었다”고 회고한 뒤 “남측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만찬장에는 정계 뿐 아니라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방북했던강성모 린나이코리아 회장 등 재계 인사와 문화·체육·언론계 대표들이 참석했다.경기대 교수인 전 방송인 차인태씨,전 영화배우 김보애씨,그룹 ‘코리아나’의 여성멤버 홍화자씨 등 낯익은 인사들도 포함됐다.
미국 국적의 인요한(41·본명 존 린튼)연세대 외국인진료소장도 눈길을 끌었다.인씨는 형 세반씨(50·스티브 린튼)와 함께 북한의 결핵 퇴치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진벨 재단 활동으로 북한에도 잘 알려져있다.
◆하얏트호텔측은 북측 상봉단이 고령임을 감안,북어와 더덕구이,갈비와 전복구이,수정과 등 부드러운 음식들로 상을 차렸다.
또 한 테이블에 한명씩 배치하던 서비스 요원을 3명씩 배치해 몸이불편한 상봉단들을 부축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약 2시간 동안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만찬은 북측 상봉단과 남측 참석자들간의 뜨거운 악수와 함께 “또 만납시다”“건강하십시오”라는 등의 덕담으로 끝맺었다.
◆서울 체류 3일째인 이날 남북 이산가족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은하지 말자”며 짧은 재회의 아쉬움 속에 다시 만날 희망의 날을 기약했다.
상봉 마지막 날인 탓에 “한 번이라도 더,1분이라도 더 만나게 해 달라” “부모님 산소라도 찾게 해 달라” “어머니와 하룻밤이라도 자게 해 달라”는 안타까운 주문도 잇따랐다.
◆북에서 온 김용호씨(72)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면서 “면회소가 생기면 아직 못본 조카들도 만날 것”이라며 다시 만날 날을 확신했다.
김씨를 비롯한 이산가족들은 “연락사무소 설치나 이산가족의 정례적인 만남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화 통화와 편지의 상시 교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덕씨(64)는 “형님과 얘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면서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면서 밤 새도록 얘기하고,부모님 묘소에 성묘라도한 번 같이 갔어야 하는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 평양무용대학 교수이자 최초의 여성박사 김옥배씨(68·여)는“어머니 품에서 잠들고 싶어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면서 “어머니께 밥을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북측 이산가족 김인수씨(68)는 이날 대한적십자사측에 요청,6·25때 헤어졌던 선린상업중학교 시절단짝 김학모(70·서울 중랑구 망우동)·이창영씨(70·서울 은평구 응암동)를 50년만에 극적으로 만났다.까까머리 중·고교시절의 삼총사가 허연 백발이 돼 재회한 것이다.
김학모씨는 16일 오후 고교 총동창회로부터 50년 전 행방불명된 뒤로 ‘죽었다’는 소문만 나돌았던 친구 인수가 북에서 내려와 자신을애타게 보고 싶어 한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김학모씨는 중학교 5학년 동안 내내 같은 반이었던 삼총사 중 나머지 한명인 이창영씨에게 연락,이날 오전 김인수씨가 머물고 있는 서울 워커힐호텔을 찾았다.
◆신정현씨(86·서울 은평구 불광동)는 이날 창경궁 관람을 마치고나오던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씨(64)에게 북한에서 문인으로 활약했다는 오빠 구현씨(89)의 생사를 물었으나 타계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망연자실,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신씨는 46년 충북으로 시집간 뒤 고교 교사였던 오빠와 소식이 끊겼으며 10년전 우연히 오빠가 김일성대 언어문학연구부 교수 등을 역임한 문인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특별취재단
◆박재규 통일부장관이 17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마련한 만찬에는 여야 정치인을 포함,300여명이 참석,성황을 이뤘다.
박 장관은 만찬사에서 “짧은 시간이었던 만큼 헤어짐은 더욱 애틋해 잡았던 손을 차마 놓치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접고 다시 만날그 날을 기약하자”며 북측 상봉단과 남측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남한의 막내딸 최순애씨(48)씨가 선물한 한복을 입고 나온 류미영북측 단장도 답사에서 “서울에서 보낸 며칠은 격정 속에 흘러간 나날이었다”고 회고한 뒤 “남측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만찬장에는 정계 뿐 아니라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방북했던강성모 린나이코리아 회장 등 재계 인사와 문화·체육·언론계 대표들이 참석했다.경기대 교수인 전 방송인 차인태씨,전 영화배우 김보애씨,그룹 ‘코리아나’의 여성멤버 홍화자씨 등 낯익은 인사들도 포함됐다.
미국 국적의 인요한(41·본명 존 린튼)연세대 외국인진료소장도 눈길을 끌었다.인씨는 형 세반씨(50·스티브 린튼)와 함께 북한의 결핵 퇴치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진벨 재단 활동으로 북한에도 잘 알려져있다.
◆하얏트호텔측은 북측 상봉단이 고령임을 감안,북어와 더덕구이,갈비와 전복구이,수정과 등 부드러운 음식들로 상을 차렸다.
또 한 테이블에 한명씩 배치하던 서비스 요원을 3명씩 배치해 몸이불편한 상봉단들을 부축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약 2시간 동안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만찬은 북측 상봉단과 남측 참석자들간의 뜨거운 악수와 함께 “또 만납시다”“건강하십시오”라는 등의 덕담으로 끝맺었다.
◆서울 체류 3일째인 이날 남북 이산가족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은하지 말자”며 짧은 재회의 아쉬움 속에 다시 만날 희망의 날을 기약했다.
상봉 마지막 날인 탓에 “한 번이라도 더,1분이라도 더 만나게 해 달라” “부모님 산소라도 찾게 해 달라” “어머니와 하룻밤이라도 자게 해 달라”는 안타까운 주문도 잇따랐다.
◆북에서 온 김용호씨(72)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면서 “면회소가 생기면 아직 못본 조카들도 만날 것”이라며 다시 만날 날을 확신했다.
김씨를 비롯한 이산가족들은 “연락사무소 설치나 이산가족의 정례적인 만남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화 통화와 편지의 상시 교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덕씨(64)는 “형님과 얘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면서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면서 밤 새도록 얘기하고,부모님 묘소에 성묘라도한 번 같이 갔어야 하는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 평양무용대학 교수이자 최초의 여성박사 김옥배씨(68·여)는“어머니 품에서 잠들고 싶어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면서 “어머니께 밥을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북측 이산가족 김인수씨(68)는 이날 대한적십자사측에 요청,6·25때 헤어졌던 선린상업중학교 시절단짝 김학모(70·서울 중랑구 망우동)·이창영씨(70·서울 은평구 응암동)를 50년만에 극적으로 만났다.까까머리 중·고교시절의 삼총사가 허연 백발이 돼 재회한 것이다.
김학모씨는 16일 오후 고교 총동창회로부터 50년 전 행방불명된 뒤로 ‘죽었다’는 소문만 나돌았던 친구 인수가 북에서 내려와 자신을애타게 보고 싶어 한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김학모씨는 중학교 5학년 동안 내내 같은 반이었던 삼총사 중 나머지 한명인 이창영씨에게 연락,이날 오전 김인수씨가 머물고 있는 서울 워커힐호텔을 찾았다.
◆신정현씨(86·서울 은평구 불광동)는 이날 창경궁 관람을 마치고나오던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씨(64)에게 북한에서 문인으로 활약했다는 오빠 구현씨(89)의 생사를 물었으나 타계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망연자실,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신씨는 46년 충북으로 시집간 뒤 고교 교사였던 오빠와 소식이 끊겼으며 10년전 우연히 오빠가 김일성대 언어문학연구부 교수 등을 역임한 문인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특별취재단
2000-08-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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