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혁 찬 디지털팀장 좀 아득하다 싶어 뒤져보니 기아사태를 맞았던 것이 97년 7월의 일이다.그로부터 꼭 이태 후엔 대우사태가 터졌다.
기아는 법정관리 끝에 현대자동차로 넘어갔고 대우그룹은 산산히 부서져 지금은 ‘형체조차’ 없어졌다.
대우사태를 맞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다시 현대사태라는 유사하면서도 비상(非常)한 상황을 맞았다.
기아사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을 끌어들였다면 대우사태는 IMF로 약해진 경제체질을 더욱 더 허약하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기아와 대우사태를 처리하면서 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이름하여 공적자금으로 들어갔다.
가세(家勢)에 비한다면 안방과 건넌방의 기둥 하나씩은 빠진 꼴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사태는 대들보마저 무너뜨릴 위기로 다가섰다.설령 대우에 못미친다 해도 기아·대우사태로 휘청한 우리 경제가 그 폭발력을 감내해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아에 이은 대우·현대사태로 경제주체들도 극도의 피로현상을 호소하기시작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해결책은 없는가”“이래도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누구하나 속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하루 새고 나면 새로운 국면들,“계열분리해라”“어렵다”“3부자 퇴진해야 한다”“사실상 퇴진했다”는 맞대응 속에 국민들은 혼돈의 하루하루를 맞는다.
그러나 정작 사태의 당사자들은 ‘환한 웃음’으로 판문점을 오가고 금강산 관광수련대회를 다녀오는 한가로움의 극치마저 보여준다.
1년전 바로 이맘 때로 가보자.채권단이 대우사태 해결을 위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촉구하던 시기다.그러나 대우는 벼랑(자금난)에 내몰리면서도 버티기로 일관했다.“설마 대우를…”이라는 대마불사론(大馬不死論)에 사로잡혀 실효성 있는 자구책을 내놓지 않았다.급기야 12개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김우중(金宇中)회장의 야심찬 세계경영도 막을 내려야 했다.
현대가 대우의 재판이 되리란 법은 물론 없다.그러나 작금의 현대사태 진전상황은 대우를 닮아가고 있다.
목하 자금난에 몰린 현대건설은 오늘의 현대를 일궈 낸 모기업이다.계열사와의 얽히고 설킨 지분관계나 지급보증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의 좌초는 현대호의 좌초로 이어질 수 있다.그럼에도 이 기업을 살리려는 현대의 접근방식은 다분히 ‘정치적’이다.근본적인 대처보다 위기모면의 궁리만이 엿보인다.
현대가 자금난에 쫓기면서도 현금화하기 쉬운 유가증권(계열사 주식)을 팔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현대건설의 최대주주(7.82% 7월말현재)다.건설은 상선의 최대주주(23.86%)이며,상선은 중공업(12.46%)과 증권(16.65%)의 최대주주다.건설이 지주회사인 셈이다.따라서 현대건설이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면 정회장의 계열사 장악력이 당장 약화된다.섣불리 팔기가어렵게 돼있는 것이다.
현대가 어찌어찌 해서 자금난을 넘겼다고 하자.그러나 그것이 회생의 발판이 될 수는 없다.유가증권 등 보유자산의 과감한 처분과 슬림화 지향의 구조조정,새로운 수익모델의 창출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문제는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건설경기 퇴조로 20년간 누적돼 온 문제다.” 현대건설에서 20년을 보낸 한 중역의 말은 이 시점에서 되새겨 봄직하다.
대우사태가 불거지고 나서 해체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대가 행여 나라경제를 담보로 정부와의 힘겨루기로 연명하려 든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어음을 결제할 능력이 없다면 채권단과 성실하게 협의해 워크아웃이든,법정관리든 하루빨리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때를 놓쳐 시장에서 신용이 추락하면 귀결은 퇴출뿐이다.
khc@
기아는 법정관리 끝에 현대자동차로 넘어갔고 대우그룹은 산산히 부서져 지금은 ‘형체조차’ 없어졌다.
대우사태를 맞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다시 현대사태라는 유사하면서도 비상(非常)한 상황을 맞았다.
기아사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을 끌어들였다면 대우사태는 IMF로 약해진 경제체질을 더욱 더 허약하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기아와 대우사태를 처리하면서 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이름하여 공적자금으로 들어갔다.
가세(家勢)에 비한다면 안방과 건넌방의 기둥 하나씩은 빠진 꼴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사태는 대들보마저 무너뜨릴 위기로 다가섰다.설령 대우에 못미친다 해도 기아·대우사태로 휘청한 우리 경제가 그 폭발력을 감내해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아에 이은 대우·현대사태로 경제주체들도 극도의 피로현상을 호소하기시작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해결책은 없는가”“이래도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누구하나 속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하루 새고 나면 새로운 국면들,“계열분리해라”“어렵다”“3부자 퇴진해야 한다”“사실상 퇴진했다”는 맞대응 속에 국민들은 혼돈의 하루하루를 맞는다.
그러나 정작 사태의 당사자들은 ‘환한 웃음’으로 판문점을 오가고 금강산 관광수련대회를 다녀오는 한가로움의 극치마저 보여준다.
1년전 바로 이맘 때로 가보자.채권단이 대우사태 해결을 위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촉구하던 시기다.그러나 대우는 벼랑(자금난)에 내몰리면서도 버티기로 일관했다.“설마 대우를…”이라는 대마불사론(大馬不死論)에 사로잡혀 실효성 있는 자구책을 내놓지 않았다.급기야 12개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김우중(金宇中)회장의 야심찬 세계경영도 막을 내려야 했다.
현대가 대우의 재판이 되리란 법은 물론 없다.그러나 작금의 현대사태 진전상황은 대우를 닮아가고 있다.
목하 자금난에 몰린 현대건설은 오늘의 현대를 일궈 낸 모기업이다.계열사와의 얽히고 설킨 지분관계나 지급보증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의 좌초는 현대호의 좌초로 이어질 수 있다.그럼에도 이 기업을 살리려는 현대의 접근방식은 다분히 ‘정치적’이다.근본적인 대처보다 위기모면의 궁리만이 엿보인다.
현대가 자금난에 쫓기면서도 현금화하기 쉬운 유가증권(계열사 주식)을 팔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현대건설의 최대주주(7.82% 7월말현재)다.건설은 상선의 최대주주(23.86%)이며,상선은 중공업(12.46%)과 증권(16.65%)의 최대주주다.건설이 지주회사인 셈이다.따라서 현대건설이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면 정회장의 계열사 장악력이 당장 약화된다.섣불리 팔기가어렵게 돼있는 것이다.
현대가 어찌어찌 해서 자금난을 넘겼다고 하자.그러나 그것이 회생의 발판이 될 수는 없다.유가증권 등 보유자산의 과감한 처분과 슬림화 지향의 구조조정,새로운 수익모델의 창출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문제는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건설경기 퇴조로 20년간 누적돼 온 문제다.” 현대건설에서 20년을 보낸 한 중역의 말은 이 시점에서 되새겨 봄직하다.
대우사태가 불거지고 나서 해체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대가 행여 나라경제를 담보로 정부와의 힘겨루기로 연명하려 든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어음을 결제할 능력이 없다면 채권단과 성실하게 협의해 워크아웃이든,법정관리든 하루빨리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때를 놓쳐 시장에서 신용이 추락하면 귀결은 퇴출뿐이다.
khc@
2000-08-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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