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총리제 부활의 교훈

[기고] 부총리제 부활의 교훈

오석홍 기자 기자
입력 2000-06-29 00:00
수정 200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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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에 들어서 추진된 세 차례의 정부기구 개편작업과 부총리제의부활을 보고 배울 것이 많다.정부의 개혁추진자들과 자문그룹은 많은 이치를터득하기 바란다.

1년여 전 부총리제의 폐지는 이론가들의 이상론이 승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폐지론의 논리는 당당하다.

명령형 구조,고층구조의 집권적 계서(階序)제,획일적이고 경직한 구조는 산업화시대·개발연대의 산물이며 정보화시대에는 맞지 않는다.행정여건이 격동하고 행정의 문제가 유례없이 복잡해진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모든 사람이창의적인 능동성을 발휘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상급자의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피동적 자세는 안된다.상관은 부하보다 언제나 더 합리적이라고전제하는 명령형 계서제의 원리는 크게 수정되어야 한다.

때는 바야흐로 분권화와 협동의 시대이다.수평적 조정의 시대이다.모든 계층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며 문제해결의 집단적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부처이기주의·할거주의는 타파해야 하며 단선적 지휘계통에 의한 명령의 지배가아니라 견제·토론·협동이 가능하도록 행정기구를 설계해야 한다.

행정기구는 저층구조화해야 한다.부총리제와 같은 옥상옥의 제도로 기구를고층화하면 낭비가 따르고 창의적 능동성을 억압하며 독단의 위험을 크게 한다.집권화·집중화된 행정구조가 한 원인이 되었던 IMF사태를 보았지 않은가.

부총리제 부활을 거의 성사시킨 이번의 개편작업은 실무자들의 현실론이 득세한 결과라고 본다.그들의 논리 또한 호소력이 있다.

아직까지의 행정구조는 기능분립적·할거주의적 구조이기 때문에 위에서 거머 쥐지 않으면 조정이 안된다.장관들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그렇다는 말이다.조금 괴팍한 사람이 하나라도 끼이면 정책조정은 물건너가는 것이다.부총리가 챙기지 않으면 부처간의 책임소재조차 불분명해진다.

우리 행정문화의 핵심은 권한중심주의와 지위중심주의이다.누구에게 명령할 권한이 있고 누구의 계급이 더 높으냐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왜 모르는가.계급없고 권한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저층구조화의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구개편 때마다 기관장 직급인상투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도 모르는가.

지금 고위관료들 가운데는 명령일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박정희시대에감수성 많은 젊은 시절의 공직생활을 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부총리제에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것같다.

지난번 이상주의자들이 극단으로 가다가 재정·예산·경제행정기구를 갈갈이 찢어 놓았다.이상을 좇다가 현실과 뒤범벅이 되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난처한 조직배열들을 만들기도 했다.그 반작용도 부총리제 부활의 한 요인이되었을 것이다.

개혁은 조화의 예술이라는 말을 늘 하고 있다.이론가들은 현실을 보고 개혁의 시기선택을 잘 해야 한다.개혁의 적시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현실의 기득권이나 세력확장동기에 발목이 잡히기 쉬운 실천가들은 이상을 보고 시대적 변화요청을 볼 수 있어야 한다.이번에는 현실론자들이 너무 멀리 가지 않기 바란다.

이상주의자나 현실주의자나 부지기이(不知其二)여서는 안된다.하나만 알면되는 것이 아니라 둘도 알아야 한다.

吳 錫 泓 서울대교수·행정학
2000-06-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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