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제3의 힘

[외언내언] 제3의 힘

김재성 기자 기자
입력 2000-06-01 00:00
수정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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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임수경(林秀卿)씨가 ‘5월17일 광주 음주가무’를 최초로 고발했던 인터넷도메인 주체,‘제3의 힘’ 결의문 앞 글이다.이들은 30일 비상총회를 갖고‘5월17일 술자리’ 파문에 대해 밤샘토론을 벌였다.이 자리에서 총무 이정우(李政佑)씨는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 기회를 차단해 ‘제3의 힘’이 문제해결과 자정노력의 주체로 설 기회를 잃게 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임수경씨의 글을 임의로 삭제한 데 대해 사과했다.이어서 이들은 사태의 발단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당사자뿐 아니라 80년대 세대의 연대책임’이라고결론지었다.

이 결론에 따라 이정우 총무를 비롯한 실무위원 15명 전원의 사퇴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사태의 장본인들인 송영길(宋永吉)의원과 우상호(禹相虎)씨는 눈물 머금은 사과와 함께 근신을 다짐했다.

이날 이들은 상업적으로 부풀려진 386이라는 세대개념을 폐기하고 80년대광주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결의했다.자만과 독선,불순한 타협,자기합리화 배제 그리고 치열한 자기성찰도 다짐했다.또 폭넓은 연대와 협력으로 선·후배 세대와 함께 새로운 모색을 준비하고 좌절하지 않고 샘물같은 정신으로 다시 태어날 것도 약속했다.

공식명칭이 ‘한국의 미래 제3의 힘’인 이들은 98년 7월,80년대 학생운동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결성한 모임이다.현재 회원은 390여명,현역의원도 6명(민주 2,한나라 4)이나 된다.분열과 갈등 반목을 마감하고 협력과 연대 상생의 새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선다는 것이 이들의 초심이었다.정치질서를 바꿈으로써 국민적 에너지를 상승시키고 통합한다는 야무진 꿈도 꾸었다.

‘제3의 힘’에 대한 정치적 자리매김은 사회적 배경은 다르지만 유럽의 ‘제3의 길’ 그리고 캘빈 둘리,티모시 로이머 등 신세대의원이 이끄는 미국의 ‘뉴민주당연대’와 맥을 같이한다.‘뉴민주당연대’가 전통적인 보수-진보논쟁을 거부하고 미국의회의 흐름을 바꿔 놓았듯이 한국의 386세대도 여·야양극의 갈등구조를 떠나 정치개혁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친구들의 우연한 실수로 뜻밖의 역풍을 맞았다.‘원래 그런사람들’이라는 둥 억울한 돌팔매도 날아왔다.80년 5월 광주와 무관한 사람들이 더 흥분했다.그래도 변명하지 않고 역풍을 수용하는 이들의 자세가 역시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회초리는 가할지언정 외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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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논설위원.
2000-06-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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