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개팔자

[외언내언] 개팔자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2000-05-18 00:00
수정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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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올 1월부터 3월까지 ‘떠돌이 개’에 대한 광견병 예방조처를 하면서 보니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집을 잊어버려 거리를 서성대는 개들이모두 476마리였다고 한다. 148마리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으나 불구가 됐거나 질병에 걸린 14마리는 안락사 시키고 나머지는 동물구조관리협회에 넘겼다고 한다.떠돌이 개가 하루 5마리꼴이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동물보호법이라는 게 있다.떠돌이 개는 이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하도록 돼있다.그러나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보호소를 설치하지 않고 한달에 40만∼50만원을 주고 보호업무를 민간단체에 위탁하고 있다.민간단체에 넘겨진 개들은 일부 일반 분양되고 나머지는 안락사 처리되고 만다고 한다.길바닥을 헤매다가 결국은 낯선사람의 손에 안락사 당하는 그 개들이 애처롭다.

졸지에 직장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가 시글시글한 판에 무슨 ‘개 타령’이냐고? 오해 없기 바란다.

필자도 가끔씩 ‘군치리’에 출입하는지라 뭐 그리 대단한 동물애호가도 아니다.필자가 떠돌이 개들의 ‘최후’를 애처로워 하는 것은 어릴적 고향에서아무나 ‘워리 워리!’ ,‘독구 독구!’부르면 식구나 이웃 가리지 않고 쏜살같이 달려와 꼬리를 흔들어대며 펄쩍펄쩍 뛰던 그 ‘흰둥이’‘누렁이’에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잡아먹을 땐 잡아먹더라도 개는 그렇게 우리와 가까운 생명체였다.게다가 루이스 부뉘엘감독의 명화 ‘안달루시아의 개’는 접어두더라도 우리 모두 어렸을 적에 ‘플란더스의 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않았던가.

최근 애완동물사육이 늘어나면서 숨진 애완동물의 장례(?)를 치러주는 전문업체가 등장해서 성업중이라고 한다.한달에 60건 정도를 처리하는데 화장 처리할 경우 12만원에서 6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업체 소유 납골당이 비좁아서애완동물 전용묘역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행려병사자가 있는 마당에 애완동물의 납골당과 묘역 이야기는 무척 선진국적이다.

‘개팔자 상팔자’라고 할 것인가.그러나 대도시에서 살다가 제명에 죽어간개들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그것들은 철저히 사육됐을뿐이다.동네 길을알겠는가,쥐를 잡는 재미를 알겠는가,아니면 애들의 배설물을 별미로 먹어봤겠는가.지난날 고향집 마루 밑에서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우던 개들은 복날동네 사람들에게 단백질을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소임을 완성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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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환 논설고문.
2000-05-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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