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지식정부

[외언내언] 지식정부

이기백 기자 기자
입력 2000-02-16 00:00
수정 200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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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의 창의성과 손재주는 남다른 데가 있다.천마총 세공금관이나 세계최초 금속활자·측우기·거북선을 비롯,고려청자와 이조백자 등이 그것이다.

민족의 자랑거리가 한 시대 유물로만 남게 된 것은 노하우를 장인(匠人)만의 기술로 인식해 후대에 전수하지 않은 탓이리라.중세 서양의 ‘마이스터’가 도제(徒弟)제도를 통해 기술을 조직적으로 전수한 것과 비교된다.정보화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사회의 정보독점 성향은 과거 기술독점양상 그대로이다.

10년 전 독일통일 후 동독 국영기업 1만여개의 민영화를 맡은 신탁청(Treuhand)직원이 ‘왜 한국사람들은 방문하는 사람마다 브리핑을 요청하는지 모르겠습니다.어제도 몇번 자료를 드렸는데…’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로는 한국에서 찾아오는 관리·정치인·기업인·연구원들이 저마다자료를 요청하고 있어 일본의 경우와 대비된다는 것이었다.

몇년 전 세계은행(IBRD)직원이 우리정부 관리들과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을 협의하고 이듬해 다시 찾은 일이 있었다.양쪽 관계자들이 그사이 모두 바뀌었다.세계은행측은 전년도에 무슨 논의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고 있었으나 우리측은 무슨 협의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전임자와 후임자가 지식(자료와 정보)을 공유하지 못한 결과이다.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게 된 우리나라 각 기관들이 독일통일관련 자료수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하지만 같은 자료를 기관마다 중복 수집한다는 것은정력과 시간·경비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세계은행 경우도 전·후임자간에정보를 교환,공유하지 못한 탓이다.공동체가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정보사회의 원동력이자 효율성과 직결된다.정보독점은 정보사회 발전을 저해하는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정부 부처별로 지식창고를 만들고 이를 인터넷으로 연결,각종 정보를 공동이용하는 ‘지식정부’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도로 굴착의 예만 해도 서울시를 비롯,한국전력·가스공사·한국통신·수도사업소 등 10여개 기관이 저마다 사업을 벌이다 보니 도로를 자주 파헤치는 예산낭비와 교통체증등 국가적 낭비가 크다.각 기관이 지식창고의 정보를 공동으로활용,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식정부’이다.

우리나라도 올안에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구축하면 일단 ‘지식정부’의틀은 갖추게 된다.문제는 각 부처가 얼마나 솔직히 정보를 지식창고에 담느냐이다.정보 많은 사람이 평가받기보다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평가받아야 하는 정보화시대이다.

‘나만 알고 있어야 대접 받는다’는 개인주의,보신주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의식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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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基伯 논설위원 kbl@
2000-02-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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