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伊 수교의미

[사설] 北·伊 수교의미

입력 2000-01-06 00:00
수정 2000-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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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서방선진7개국(G7)일원인 이탈리아가 4일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했다.이번 양국간의 수교는 북한의 서방외교 중시전략과 유럽연합(EU) 및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노린 이탈리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평가된다.양국간 수교는 탈냉전 이후 대(對)유럽 접근을 가속화했던 북한이 자력으로 거둔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외교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북한은 특히 좌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탈리아와 수교함으로써 서방 진출의 든든한 외교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G7에 속한 이탈리아와의 수교는 유럽의 다른 국가관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의 최근 대외관계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부문은 실리(實利)위주의 외교노선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외교정책이 점차 대미·대일 관계개선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이탈리아와의 수교는 그러한 움직임의 보완적 조치로 분석할 수 있겠다. 또 이번 수교는 북한의 체제수호와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북한은 80년대말 구소련의 몰락과 동구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고립무원의 외교적 곤경에 처했던 것이 사실이다.더욱이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체제안보의 위기로까지 인식됐다.

게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40여개 공관을 폐쇄하는 등 외교적 고립이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이같은 북한외교의 구조적 딜레마를 고려할 때 이번 이탈리아와의 수교는 침체된 북한외교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이와 함께 양국간 수교는 북한을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고 남북관계 진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겠다.물론 북·이탈리아 수교에는 정부의 포용정책이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때문에 이번 양국국교수립과 관련,정부의 각별한 대응이 요청된다.아직은 북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동안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자제해 왔던 다른 유럽연합국가들의 대북접촉이 폭넓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의 효력을 확산시키기 위해 북한의 대 유럽 외교를 적극 지원,그들의 개방과 남북관계 개선을 촉진시키는 한편 우리와 유럽국가들의 경제협력기반을 강화해서 국가이익도 함께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2000-01-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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