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력산업 개편 늦출 이유없다

[기고] 전력산업 개편 늦출 이유없다

이승훈 기자 기자
입력 1999-12-09 00:00
수정 199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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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을 기능별로 분할해 경쟁을 도입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구체화됐다.

최근 일부 산업체가 품질문제를 제기한 바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지금까지전력을 별 문제없이 써왔다. 때문에 구조개혁이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는것이 아닌가 의아해 할 수 있다. 더구나 전력같은 기간산업을 민영화하면 나라의 기둥을 헐값에 외국에 매각하는 결과가 되리라는 우려도 확산돼 왔다.

지역별로 독점기업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은 우리만의 방식이 아니다.세계모든 나라가 80년대 중반까지 이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발전소가 전력을 팔려면 송배전망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여러 발전소가 서로 경쟁하며 전력을 공급하려면 각 발전소가 제각기 송배전망을 갖춰야 할것으로 생각했다.송배전망이 중복 건설되면 큰 낭비가 되고,전력요금도 비싸진다.경쟁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력수요와 계통형편에 맞춰 제대로 급전(給電)하지않으면 전력 품질과 공급안전이 위협받는다. 그러므로 지역내 모든 발전소가반드시 급전지시에 따르도록 이들을 단일 명령체계 속에 묶어두어야 한다.

이래저래 한 지역의 전력산업은 단일 사업자가 영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들어 전력산업의 운영방식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힘입어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하나의 송배전망을 여러 독립발전사업자가 공동이용하는 방법이 개발됐다.급전지휘본부는 더 이상 명령을 발동하는 사령부가아니고 전류를 교통정리하는 신호등으로 바뀌게 됐다.발전사업자들이 교통정리에 순응하면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이 가능성에 최초로 도전한 나라가 칠레 노르웨이 영국 등 세나라다.

90년대 초 세계각국은 이들 3개국의 실험을 주의깊게 보면서 그 성패를 점쳤다.프랑스와 일본의 전기사업자들은 이들의 실험을 실패로 평가했다.그러나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경쟁도입 실험’을 성공으로 보는 추세가 주류를 이루면서 세계 각국이 다투어 구조개혁에 나섰다.거의 모든 나라가 지역독점체제를 허물고 경쟁체제를 갖추기에 이르렀다.프랑스도 유럽연합(EU)정책에 따라 경쟁을 수용했다.일본과 비슷한 구조를 갖춘 독일이 작년에 경쟁을 수용하면서 1년만에 20∼30%의 요금인하 성과를 보여 일본 전기사업자의 저항도 수그러들 수 밖에 없게 됐다.

구조개혁을 단행키로 한 정부 결정은 결코 섣부른 것이 아니다.

현 체제의 한전,또는 지역기준만으로 분할한 한전의 일부를 외자에 매각한다면 전력주권은 전부,또는 일부가 해외로 넘어간다.그러나 경쟁체제에서 외자를 유치해 일부 발전소를 매각하면 사정은 달라진다.왜냐하면 경쟁체제의핵심은 급전지휘부인 계통운영기구이기 때문이다.계통운영기구를 팔지않으면전력주권은 유지된다. 모든 발전소는 계통운영기구의 신호에 절대 복종해야하며 멋대로 행동할 때는 엄청난 벌책을 주도록 돼있는 것이 경쟁체제의 기본구조다.

그러나 구조개편 결단은 타당하지만 추진계획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무엇보다도 계획일정이 늘어져 10년의 기간을 요하도록 해놓은 것이 문제다.과도기를 길게 잡는다고 일처리가 신중해지는 것은 아니다.불안한 과도기가 길면 그만큼 부작용이 크고 소요비용도 늘어난다.뿐만아니라 최종 규칙이 아직미정인 과도기에는 투자도 유치할 수 없다.

해외 사례를 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나 개혁에 소요되는 기간은 길어야 2년이다.일단 계획이 수립되면 개혁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과도기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경쟁이행비용을 명확히 규정해 그 보완책을면밀하게 마련하면서 구조개편작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李 承 勳.서울대교수·경제학]
1999-12-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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