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창] 축의금 들고 예식장 순례 허탈한 일요일

[독자의 창] 축의금 들고 예식장 순례 허탈한 일요일

입력 1999-05-12 00:00
수정 1999-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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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부조금을 전달해야 할 예식장은 전부 네 곳이었다.두 곳은 2주 전에 청첩장을 받았는데 하나는 범일동의 J예식장,한 곳은 연산동의 M예식장이었다.근무처의 젊은 직원들이 결혼을 하는 것이었고 모처럼 일요일 아내와 함께 계획을 잡아 둔 것이 있어 그 부서의 직원에게 봉투를 전해달라고부탁해 놓았기 때문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나머지 두 곳은 금요일에야 청첩장을 받아 둔 곳인데 한 사람은 내가 오래전 은혜를 입은 일이 있던 분의 자제라서 꼭 찾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오후2시 남포동의 B예식장이었다.또 한 사람은 얼마전 업무적으로 알게된 분의 자제로 오후 1시 연산동의 M예식장이었다.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하며 집에서 낮12시에 출발하는데 마침 이웃사람 세 명이 나에게 연산동 M예식장에 축의금 전달을 부탁해 왔다.짜증스럽긴 했지만 그렇게 해 주기로 했다.그 중 한 사람은 나에게 “조카 결혼식이 있어 참석지 못하게 돼 정말 미안하다”는 말까지 꼭 전해 달라고 했다.

정오의 시내도로는 너무 혼잡했다.오후 1시20분이 돼서야 M예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런데 그 예식장의 예식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내가 축의금 전달을 부탁했던 그 신랑은 2층,꼭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한 혼주는 3층이 아닌가.

2층에 들어서는데 혼주 되시는 분이 나의 손을 덥석 쥐었다.중학교때 담임선생님이었다.반가우면서도 황당했다.부조금 전달을 이미 딴 사람에게 부탁해놓은 터라 손이 부끄러웠다.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돌아섰지만부끄러워서 3층까지 어떻게 걸어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엉겹결에 ‘전할 말’도 잊고 황황히 나와서 남포동 쪽으로 향했지만 막히는 길로 인해 나의 차는 2시 행사에도 결국 늦어 버려 혼주를 만날 수가 없었다.참으로 허망한 기분이었다.집으로 돌아오니 3시반.하루를 완전히 허탕친 기분이었다.예전에 나의 축의금 전달 부탁을 받았던 그들도 한가하고 바보스러워서 그렇게 심부름을 해주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밀리는 차안에서 청첩장에 온라인 계좌번호를 인쇄해보낸 친지를 욕했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진준근[부산시 남구 우암동]
1999-05-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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