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문화재/“돌려달라” “못준다”

약탈문화재/“돌려달라” “못준다”

김병헌 기자 기자
입력 1998-04-20 00:00
수정 1998-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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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이회 ‘반환 금지법’ 최종 통과/“국제관례 어긋나” 헝가리 등 강력반발

【파리=金柄憲 특파원】 러시아와 독일등 유럽 당사국들간에 활발하게 진행되던 문화재 반환협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당사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일 러시아 헌법재판소가 옛 소련이 강탈한 문화재는 러시아 소유라는 법이 합헌이라는 최종판결을 내린데 이어 15일 엘친 대통령이 의회가 통과시킨 ‘약탈문화재 반환 금지법’에 최종 서명했다.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집권이후 옛 소련이 2차대전종결후 패망한 독일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다시 독일에 반환한다는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의회 등 러시아 내부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굴복,독일에게 문화재를 강탈당했던 유럽 각국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문화재 반환을 강력히 반대한 측은 국수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이다.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이 지난해 4월 ‘2차대전기간중에 옛 소련군대가 약탈한 문화재는 러시아 소유’라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옐친 정부의 반환 움직임에 제동을걸었다.

엘친 대통령은 국제관례에 어긋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하원이 이를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재통과시켰고 옐친 대통령이 다시 헌법재판소에 제소했으나 합헌으로 판결이 내려져 최종 확정되면서 유럽 당사국들과 러시아간에 새로운 불씨가 됐었다.

이 법안은 개인 유품의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그 후손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예외규정을 두었으나 원칙적으론 모든 문화재의 반환이 불가능하게 하고있다.이로써 이 문제는 자칫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화재의 1차 약탈자이기도 한 독일과 독일 패망뒤 독일 약탈물을 다시 빼앗아 온 옛 러시아,문화재를 빼앗긴 프랑스,헝가리 등의 입장도 각각이지만 프랑스,헝가리 등은 이미 이 법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다른 나라들의 유물을 뺏앗아 왔다 다시 러시아에게 빼앗긴 독일은 다른 국가들에게 비해선 신중한 편이다.독일은 최종판결이 나자 모스크바주재 대사관을 통해 국제관례에 어긋한 것이라며 일단 반박성명을 냈으나 관망하는 자세다.

독일은 지난1907년 헤이그에서의 ‘미술품은 전리품으로 볼수 없다’는결정과 90년 러시아와의 우호조약을 맺은뒤 개선되고 있는 양국관계에 기대를 걸고 있다.헤르베트 슈멜링 정부 부대변인이 “문화재 반환문제는 두나라간에 매우 어렵고 예민한 문제”라고 말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문서 등 일부 문화재를 이미 돌려받은 프랑스는 다소 느긋하다.프랑스는 가장 빨리 협상을 시작해 고문서의 경우에는 이미 지난 95년부터 반환이 시작되어 돌려 받고자하는 절반정도가 파리에 이미 와 있다.이번 조치는 강탈당한 문화재를 러시아에서 찾아내는 것을 작업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비난은 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개인소장품을 많이 빼앗긴 루마니아나 불가리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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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문화재 6만여점을 강탈당한 것으로 알려진 헝가리가 가장 강경하다 .러시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지자 마자 국영 라디오방송을 통해 “이법은 국제관례에 어긋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는 등 강도높게 비난했다.이 조치가 국제관례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세계여론에 호소하는 등 다양한 대응조치를 강구하고 있다.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침략군에의해 약탈된 각 유럽국가들의 국보급 문화재와 전쟁종결뒤 이를 다시 빼앗아 온 러시아 등간의 뒤얽힌 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 어떻게 민족 감정을 무마시킬 것인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1998-04-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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