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아시아위기 처방은 적절한가/外紙기고‘IMF역할 논쟁’정리

IMF 아시아위기 처방은 적절한가/外紙기고‘IMF역할 논쟁’정리

입력 1998-04-17 00:00
수정 1998-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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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유동성 부족의 문제인가,구조적인 문제인가’.

아시아의 외환위기와 이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에 대해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하버드대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마틴 펠드스타인,제프리 삭스등 두 교수는 아시아 특히 한국의 외환위기를 일시적 유동성(流動性)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현재의 IMF식 대응방식은 과도한 위험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MIT대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아시아의 외환위기는 기본적으로 국내대출과정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원인인 만큼 IMF의 처방은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포린 어페어스’지 등의 기고문과 강연내용을 중심으로 논쟁을 재구성한다.

◎“한국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IMF 구조조정안 부적절”/마틴 펠드스타인 미 하버드대 교수

펠드스타인 교수는 포린 어페어스 3·4월호에 ‘IMF를 재조명하며’라는 기고문을 통해 최근 IMF가 국제수지조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고(高)세율,재정긴축,신용축소 및 이자율 인상 등 구조 및 제도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총 대외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0%로 개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문제는 일시적인 유동성의 문제이며 따라서 기본적인 채무불이행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다만 단기채무의 비중이 과도한 만큼 처음부터 5백70억달러의 공식적인 IMF 구제금융을 결정하기 전에 일시적인 ‘브리지 론’을 제공,부채의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추가자금만 제공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IMF의 구조조정 권고내용 또한 한국에는 부적합하다고 밝힌다.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관행이 일본이나 유럽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식의 지배구조를 강요한 것은 잘못이라고 그는 주장했다.한국의 저축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재정긴축을 추가로 강요할 경우 실업을 촉발하는 문제가 생긴다.은행 부채의 만기연장과 원화에 대한 수요가 이자율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뢰(confidence)의 문제임에도 불구,금융긴축을 펴는 것은 잘못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따라서 IMF의 대응방식은 과도한 위험을 촉발할 것이라고 못박는다.IMF는 이빨을 아프게 뽑는 치과의사와 같아서 향후에 유사한 외환위기가 발생할 때 최후의 순간까지 IMF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또한 신흥성장국은 수출소득을 수입에 충당하기보다는 외환보유고 축적에만 치중할 유혹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위기 원인은 단기부채/IMF역할 축소·재정립해야”

삭스 교수도 지난 해 9월 더 타임스 아시아판과 포린 어페어스 11·12월호,파이낸셜 타임스 12월11일자 기고문을 통해 아시아국가들은 실용성과 유연성으로 지속적으로 성장,21세기에도 세계 소득의 50% 이상을 생산할 것이라고 낙관했다.그는 아시아 국가의 높은 투자가 사실상 ‘도덕적 해이’에서 발생하는 과잉투자라고 주장하는 크루그만 교수의 주장에 대해 수출경쟁력과 시장기능의 확대도입 등 기초(펀드멘털)가 건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펀드멘털의 위기가 아니라 단기부채가 외환보유고를 초과하는 데 따른 채권국가의 단기채권 인출에서 생긴 것이라고 풀이했다.IMF는 러시아 연방 15개국에 대해 1년 이상 단일통화를 채택하도록 함으로써 러시아 개혁에 실패했고 지난 96년 7월 불가리아의 개혁프로그램에 서명했으나 10% 이상의 경제성장 저하와 수백%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 IMF의 역할은 재정립돼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IMF의 역할은 축소되고 집행이사회는 직원 결정의 추인을 보다 엄격히 감독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 외부전문가와 협의하는 한편 IMF 활동은 공개적으로 토론되고 결정되어야 한다고 그는 끝을 맺었다.

◎“금융비리가 부른 구조 문제 고금리 불가피… 점진 회복”/폴 크루그만 미 MIT대 교수

이에 반해 크루그만 교수는 지난 3월 ‘아시아는 다시 도약할까’라는 주제의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은행 강연에서 아시아의 외환위기를 대출 특히 국내 대출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로 규정했다.

즉 금융기관의 부채가 정부에 의해 명시적으로 혹은 묵시적으로 지급보증됨으로써 채권자들은 금융기관의 대출에 대해 감독할 인센티브가 없게되고 이같은 시스템의 부재가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과 같은 위험부담과 기업의 과도한 차입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부는 부실금융기관을 계속 지원함로써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때문에 IMF의 아시아 외환위기 대한 처방은 IMF의 가용(可用)재원의 한계와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불가피하다고 본다.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고 이자율 정책은 자국 통화를 지지하는 유일한 수단이며 IMF의 재원부족으로 인해 무제한의 신용을 회원국에 제공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아시아의 위기는 구조적인 문제 특히 금융문제이며 따라서 아시아 경제의 회복은 단시간 안에 이뤄지지 않고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다고 말한다.<정리=박희준 기자>
1998-04-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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