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고(외언내언)

가야고(외언내언)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7-07-24 00:00
수정 199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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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울림이 서려 있어서일까.현도 사라지고 울림통도 절반쯤 날아 갔지만 2천년전 현악기는 거의 주술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그 느낌을 한병삼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소도의식이 연상되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광주 신창동 유적지(사적 제375호)에서 발굴된 고대악기는 우리를 초기 철기시대로 순식간에 데려다주는 타임캡슐같다.

신창동 유적지는 기원전 1세기 한반도 남부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곳.고고학계는 이곳에서 출토된 악기가 가야금의 원형이자 “삼한(마한 진한 변한)사람들이 곡식을 심고 누에고치를 쳤으며 축과 같은 악기를 탔다”는 삼국지위지동이전의 기록을 뒷받침하는 고대악기라고 추정한다.

가야금은 오동나무 울림통(공명판)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12줄을 세로로 매어놓고 손가락으로 뜯어서 소리를 내는 현악기.국악기중 가장 대중적인 악기로 가야고·가얏고라고도 한다.삼국사기는 가야국의 가실왕이 당나라 악기를 보고 이 악기를 만들었고 악사 우늑으로 하여금 12곡을 짓도록 했다고 전한다.

신창동 유적지에서 출토된 고대악기가 가야금의 원형이라면 가야금의 기원연대는 삼국사기의 기록보다 5∼6세기 더 올라가야 한다.사실 국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실왕 이전에 가야금의 원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왔다.“가야국의 고(금)라는 뜻에서 가야고라 한 것이고 일본에서는 신라 사람에 의해 전해졌기 때문에 시라기고도(신라금)라고 불렀다.“…가야금은 가실왕이 만들었다고 전하지마는… 백결선생이 ‘고’를 쳐서 방아소리를 냈다는 이야기는 주목되는 사실이다.이것이 가실왕의 가야고의 전신일지도 모르며… 백결선생이 타던 ‘고’는 변한이나 진한의 슬 또는 축과 같이 생겼다고 한 그 악기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장사훈의 ‘한국악기대관’ 1969).

국악계의 가설이 고고학계의 발굴로 입증된 셈이다.고대악기는 오늘날과 달리 우주론적 의미를 지니고 제정일치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만큼 신창동 유적을 통한 고대사 복원작업에 국악학자들의 참여도 있어야할듯 싶다.<임영숙 논설위원>
1997-07-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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