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협찬 감소… 불황에 운영난…/클래식 음악계 “울고싶어라”

기업협찬 감소… 불황에 운영난…/클래식 음악계 “울고싶어라”

김수정 기자 기자
입력 1997-03-03 00:00
수정 199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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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피습·한보」 등에 사회분위기 경직… 관객발길 “뚝”

클래식음악계 불황의 끝은 어디일까.지난해 경기침체로 운영난에 허덕이던 클래식음악계가 최근 터진 한보사태의 여파로 아예 진흙탕에 빠져있는 듯하다.공연기획사들은 『끝이 안보인다.최악이다』고 한결같이 푸념한다.

불황일 때 기업들은 긴축재정의 첫 수단으로 문화행사 협찬비 및 광고·홍보비를 줄인다.시장이 좁아 협찬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클래식공연기획사로선 타격을 받을수 밖에 없다.

최근 공연당일까지 협찬사를 얻지 못한채 울며겨자먹기로 준비한 연주회를 무대에 올리는 기획사들이 즐비하다.또 황장엽망명·이한영피습사건 등으로 사회분위기마저 경직돼 클래식음악애호가들의 공연장을 향한 발길도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18일 예술의 전당 음악당(2천3백석)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우고르스키 독주회 청중은 유료·초대 합해 모두 8백명.예술의 전당측은 아예 3층문을 폐쇄한 채 관객을 들였다.

삼성영상사업단과 크레디아가 공동 기획한 조수미·장영주 협연의 몬트리올 오케스트라공연(12·13일)도 1일 현재 협찬사를 못 구한 상태.「확실히 되는」공연임에도 기업들이 협찬을 꺼리는 것은 최근 난국의 단적인 예라고 기획사들은 입을 모은다.

흥행 보증수표인 두 연주자가 출연,티켓판매에 기대를 거는 이 공연은 그나마 나은 편.최근 경영난으로 한 기업체의 계열사로 들어간 서울예술기획은 준비한 3개공연에 협찬사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어수선한 우리 사회분위기 탓에 간접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정경화페스티벌 공연을 기획한 CMI가 그 사례.독주회,체임버 협연과 함께 독일 북독일방송교향악단(NDR)협연을 기획했으나 NDR측이 선금을 요구,공연을 포기했다는 것.『NDR측이 드러내놓진 않았지만 「공연후 부도」를 우려한 것 같다』는게 CMI측 시각이다.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협찬없이는 시작부터 힘든 오페라 등 공연물은 대관 취소를 해올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기획사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수익이 조금은 보장되는 대중음악 기획으로 눈을 돌리고 티켓판매를 높이기 위해 경쟁적 입장에 있는 공연기획사간 연합전선도 구축했다.가격할인,경품제공 등 묘수도 내놓고 있다.

클래식음악기획사 「파코스」는 지난해말 허비 행콕 등 팝피아니스트 공연을 연데 이어 지난달 14일엔 프랑스 샹송가수 엘자의 공연을 기획,흥행에 성공했다.29일엔 국내가수들의 무대를 마련한다.서울예술기획도 지난 1월 「존 스코필드 기타 퀸텟」재즈공연을 올렸고 5월엔 크로스오버의 대명사 클로드볼링과 빅밴드를 초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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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시달린 지난해 기업들이 외부행사 지원을 감축,자체행사나 문화관 등 기반시설을 늘리는데 투자했었지만 올 한해는 이나마도 힘들것 같다』(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최병옥씨).클래식음악계가 상당기간 불황의 긴 터널에 갇혀 있을 것임을 보여주는 말이다.<김수정 기자>
1997-03-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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