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본에서 돌아온 우리 문화 유산, 그 뒤에 형제의 ‘아름다운 동행’있었다

[인터뷰]일본에서 돌아온 우리 문화 유산, 그 뒤에 형제의 ‘아름다운 동행’있었다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6-05-08 14:50
수정 2026-05-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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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예제예필현판’, ‘백자청화이진검묘지’ 기증한 김창원·강원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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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김창원(오른쪽)·김강원 형제. 두 사람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순종예제예필현판’과 ‘백자청화이진검묘지’를 기증했다. 뉴시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김창원(오른쪽)·김강원 형제. 두 사람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순종예제예필현판’과 ‘백자청화이진검묘지’를 기증했다.
뉴시스


“해외에 있는 모든 유산이 다 되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인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은 꼭 반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강원 씨)

“주변에 알게 모르게 (문화유산을) 기증하는 사람이 많아서요. 이번 기증을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창원 씨)

일본에 있던 ‘순종예제예필현판’과 ‘백자청화이진검묘지’가 한 형제의 아름다운 기증을 통해 국내로 돌아왔다. 미술사를 공부한 형 김창원(59) 씨는 일본 도쿄의 한 고미술 상점에서 방치돼 있던 묘지를 찾아냈으며 일본에서 고미술 상점을 운영하는 동생 강원(58) 씨는 비공개 경매에 나온 현판을 놓치지 않았다. 묘지는 고인의 생애와 행적 등을 적어 무덤에 함께 묻은 돌이나 도자기 도판을 의미한다.

지난 7일 두 사람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형 창원 씨는 ‘백자청화이진검묘지’를, 동생은 ‘순종예제예필현판’을 각각 기증했다. 동생 강원 씨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 기증으로 2021년에 백자청화김경온묘지, 2022년 백자철화이성립묘지, 지난해 조현묘각운시판을 기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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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예제예필현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순종예제예필현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동생 강원 씨가 이번에 기증한 순종예제예필현판은 1892년 음력 9월 24~26일 열린 연회에서 당시 세자였던 순종이 직접 짓고 쓴 글을 새긴 현판이다. 현판 속 글은 어머니 명성황후의 생일을 축하하며 고종과 명성황후의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순종의 글씨는 해서체(글씨를 흘려 쓰지 않고 정자로 바르게 쓰는 서체)로 단아하며 세자로서의 서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생 강원 씨는 2024년 겨울 일본 도쿄의 비공개 경매장에서 이 현판을 발견했다. 그는 “용과 봉황 머리 조각 등 조선 왕실의 현판이라는 걸 첫눈에 알 수 있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당시 알 수 없었지만, 꼭 낙찰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 일본인과 경합 끝에 낙찰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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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청화이진검묘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백자청화이진검묘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형 창원 씨가 기증한 백자청화이진검묘지는 조선 후기 예조판서 등을 지낸 문신 이진검(1671~1727)의 묘지로 1745년에 제작됐다. 묘지는 푸른색 안료로 글씨를 쓴 백자판 10점으로 이뤄져 있다. 각 장의 앞면에는 이진검의 생애와 행적, 가계, 장례 관련 내용이 기록돼 있으며, 뒷면에는 묘의 위치와 방향 등 풍수 관련 내용이 적혀 있다.

고미술 상점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형 창원 씨는 도쿄 한 고미술 상점에서 방치돼 있던 백자 묘지를 찾아냈다. 그는 “예서(전서의 자획을 간략화하고 일상적으로 쓰기에 편리하게 만들어진 서체)로 된 글씨가 드물기 때문에 신기했고 조선 후기 대표적 명필인 이광사의 이름이 보였다”며 “재단에 기증 의사를 전하는 과정에서 그 가치를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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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왼쪽 세 번째), 김강원(왼쪽 두 번째) 형제가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백자청화이진검묘지’, ‘순종예제예필현판’ 합동 기증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김씨 형제, 허민 국가유산청장.  뉴시스
김창원(왼쪽 세 번째), 김강원(왼쪽 두 번째) 형제가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백자청화이진검묘지’, ‘순종예제예필현판’ 합동 기증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김씨 형제, 허민 국가유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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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에 대한 형제의 애정은 가풍에서 비롯됐다. 형제의 부친은 한국고미술협회장을 역임한 김대하 전 경기대 전통예술대학원 대우 교수다.

두 사람은 이번 기증에 대해 한사코 “큰일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국의 문화유산을 되찾는 일에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동생 강원 씨는 “다른 사람에 비해 일본으로 건너온 문화유산을 접할 기회가 많으니 환수해야 마땅한 유물을 발견하면 원래 자리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형 창원 씨는 “보존만 잘 돼도 언젠가 소중한 문화유산이 (전시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며 “해외에서 방치된 채 파손될 우려가 있는 유산이 되돌아올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두 유물의 기증자가 형제라는 점을 고려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8일 ‘합동기증식’을 열고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세줄 요약
  • 일본서 조선 왕실 현판·묘지 국내 환수
  • 형은 묘지, 동생은 현판 각각 찾아 기증
  • 한국 정체성 관련 유산 환수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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