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앗은 신문 확장경쟁을 보고/강현두 서울대 교수(특별기고)

인명 앗은 신문 확장경쟁을 보고/강현두 서울대 교수(특별기고)

강현두 기자 기자
입력 1996-07-17 00:00
수정 1996-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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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제 의식 「과열 판촉」 문제심각/“시장독점” 물량공세 공정거래 위반/포장도 안뜯고 폐지수집상 직행 3백만부/질에 승부거는 신문으로 거듭나야

지난 15일 새벽3시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신문판매를 둘러싸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보급소 사원간에 싸움이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다.신문판촉을 둘러싼 보급소간 경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깡패가 관할구역을 놓고 싸우듯이 신문사가 판매부수확장을 위해 칼부림을 벌여 사람의 목숨까지 희생시키다니,말문이 막힌다.그러지 않아도 근래에 온갖 사회병리현상이 도처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것을 감시할 언론마저 병들은 것인가.

자본주의사회에서 언론도 하나의 기업인지라 어느 정도는 경영을 위해 또 어쩌면 보다 좋은 언론활동을 위한 필요에 의해서 이윤추구활동을 할 수가 있다.따라서 여타의 기업처럼 신문사가 신문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 자체에 대해선 나무랄 수가 없다.그러나 우리나라 신문사가 행하고 있는 판촉방식과 그 정도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몇몇 신문사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이해 특히 발행부수공개제도가 실시되면서 본격적인 과열경쟁의 양상이 등장,「돈과 조직」을 바탕으로 한 한판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이 때문에 독자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도 날로 늘고 있다.원치도 않은 신문이 문앞에 쌓여가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부지기수고,신문구독을 강요받고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꼈다는 사람도 아주 많다.

또한 경품과 무가지의 무분별한 살포로 인한 자원의 낭비도 막심하다.신문구독을 조건으로 뿌리는 「사은품」이 의례적이 수준을 넘어 뻐꾸기시계·비데·카메라·도자기세트·클래식 시디·에어컨식 선풍기,심지어 수십만원대의 위성방송안테나에 이르는 등 일부 신문사의 판촉활동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다.

또 발행부수를 늘리기 위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폐지수집상으로 직행하는 무가지가 하루 3백만부에 이른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현상이 한국의 언론 말고 어디에 또 있겠는가.그런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지속적으로 펼쳐지는 신문전쟁의 이면에는 재벌이 소유한 재벌신문과 기존의 신문재벌이 돈과 조직을 통한 물량공세로 신문시장을 독점하고 나아가 언론의 힘을 빌려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한다.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과거 한때 국민이 정부권력의 오용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의 역할을 기대했지만,언론권력의 오용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다시 정부에 의존해야 되는 형국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언론은 민주주의사회에서 공기와 같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정부에 의한 강제적 규제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따라서 바람직한 해결책은 우리 언론이 지금과 같은 추한 부수확장경쟁에서 벗어나 언론 본래의 가치로 돌아가서 발행부수를 내세우기보다 저널리즘의 질을 내세우는 신문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세계의 좋은 신문은 자신의 명성을 얘기할 때 발행부수가 아니라 신문의 질에 기준을 두고 이야기한다.한국의 주요신문이 권위지라고 자처한다면 이윤추구의 노력은 신문경영에 필요한 만큼의 수준이면 될 것이고 그외의 노력은 좋은 신문을 만드는 데 모두 쏟아야 할 것이다.정보와 의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독자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제도로서 언론이 지닌 본래의 저널리즘적 역할을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신문학과>
1996-07-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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