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곪는 「야권공조」(정가 초점)

속으로 곪는 「야권공조」(정가 초점)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6-07-04 00:00
수정 1996-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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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에 끌려 다닌다” 자민련 파열음

지난 2일 여야 총무회담이 결렬된 뒤였다.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국민회의가 정말 개원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푸념조로 말했다.제도개선특위를 여야동수로 구성하자는 데 합의했으면 됐지 민주당이나 무소속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는 것이다.

실제 자민련 내부에서는 「공조」만 아니었으면 국민회의측에 한마디 해주고 싶다는 인사들이 많다.신한국당에 근본적인 책임을 물으면서도 국민회의를 향한 불만의 골은 상당히 깊다.『DJ(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대권전략에 끌려다닌다』『협상과정에서 자민련이 부각되자 국민회의가 불만을 품고 있다』『공조를 한다면서 자민련이 거래를 했다고 뒷소리를 한다』­국민회의를 겨냥한 지적들이다.

자민련은 특히 국민회의쪽에서 자민련과 신한국당의 「거래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데 대해 『공조를 하려는 것인지 망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이정무 총무도 『그같은 말이 나오는 것은 인격모독』이라며 펄펄뛴다.

국민회의 내부에서 자민련과의 공조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게 노출된다.재야출신이나 비주류 계파들은 자민련과 손잡은 것을 일종의 「흠집」으로 보기도 한다.뿌리가 다른 나무가 접목될 수 없다는 논리다.

김상현 지도위의장은 『군사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세력끼리 합쳐야 한다』고 은근히 자민련을 자극하기도 한다.일부 재야출신은 아예 자민련과의 의원연석회의에 얼굴도 비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두달간의 공조는 성향과 노선의 「벽」을 헐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어차피 국회가 정상화돼도 여권의 대권후보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싫더라도 한배를 타는 「오월동주」의 처지라는 것이다.특히 국정조사특위와 제도개선특위가 구성된 만큼 특위 시효가 끝날 때까지,즉 정기국회 때까지는 싫든 좋든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막바지 개원협상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틀어진 모습은 두당의 공조관계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물론 겉으로는 「공조」를 자랑하겠지만 속사정까지 털어놓기야 하겠냐는 분석이다.〈백문일기자〉
1996-07-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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