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방관의 살신성인(사설)

한 소방관의 살신성인(사설)

입력 1996-03-15 00:00
수정 1996-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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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목숨,그것을 남을 위해 흔쾌히 바치는 희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행위다.또한 보이지 않게 우리 인간사회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기도 하다.

13일 누출 가스에 질식,죽음에 직면한 가스회사 직원에게 자신의 산소호흡기를 벗어 씌워준채 구조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경기도 기흥소방파출소 박재석 소방관의 경우가 바로 이런 고귀한 희생에 해당한다.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동물적 본능으로 자신의 안전을 추구하게 마련이다.공인으로 임무수행 중이었다 하지만 35세의 이 젊은 소방관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위험을 느꼈을 것이다.그러나 타인의 생명이 더한 위기에 처했다는 판단아래 본능을 누르고 생명줄인 호흡기를 넘겨주는 결단을 내리는 순간 박소방관은 인간으로서 가장 고귀한 경지에 도달했던 것이다.

나어린 여성이 거리에서 성추행을 당해도 방관하는 야박한 세상,이기심과 물질만능에 취해 남의 어려움은 안중에 없는 각박한 사회,그러나 앞에 나서지 않는 사회 곳곳의 또다른 박소방관,의인들로 해서 우리사회는 사람 살만한 세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믿는다.

소방관 생활 4년3개월째로 평택군수 모범표창과 서울소방학교 공로상을 받았던 박소방관의 보수는 2만원에 불과한 위험수당을 포함해 월평균 86만원이었다.많다고 하기는 어려운 액수다.그는 3천만원짜리 전세집에 부모와 젊은 아내 두살난 딸을 우리의 책임으로 남겼다.

박소방관은 위험과 2교대근무의 과로속에 묵묵하게 화재와 각종 재난으로 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전국 1만9천9백여 소방관의 한 얼굴이다.한해 발생하는 화재는 줄잡아 2천여건으로 90년이래 39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7백66명이 다쳤다.소방관 1인이 담당하는 주민은 선진국의 3배인 2천3백명,그러나 처우와 장비는 아직 충분하다 할 수 없다.박소방관의 명복을 빌며 그의 살신성인이 우리 사회의 이름없는 파수꾼들을 격려하고 힘을 보태주는 값진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1996-03-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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