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 생애중 가장 길었던 하루/검찰 출두하던날 표정

노태우씨 생애중 가장 길었던 하루/검찰 출두하던날 표정

박현갑 기자 기자
입력 1995-11-02 00:00
수정 199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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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아들 배웅 받으며 괴로운 나들이/안 중수부장과 수인사뒤 조사실 직행

8평 남짓한 조그마한 방에서 15시간을,그것도 조사를 받는 처지에서 보낸 1일은 「보통사람」 노태우 전대통령의 생애 가장 길고 곤욕스러웠던 하루였다.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2일 새벽 검찰청사를 떠나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간 그의 초췌한 모습에서 이날 하루가 그에게 「얼마나 길었는가」를 읽을 수 있었다.

이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이날 상오 9시24분쯤 서울 2프 2979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편으로 서대문구 연희동 집을 나설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그는 여느 때와 비슷한 상오 6시쯤 잠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측근들은 전했다.그러나 아침부터 늦가을 날씨답지 않게 기온이 뚝 떨어졌고 바람마저 몹시 차가웠다.

이날 나들이는 지난 19일 민주당 박계동의원이 비자금 3백억원설을 폭로한 이후 13일만이었다.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재헌씨 부부의 『잘 다녀오라』는 배웅을 뒤로 하고 그는 정확히 21분 뒤인 상오 9시45분쯤 서초동 대검찰청사에 도착했다.

노씨는 차에서 내려 재임중 지은 15층 검찰청사를 감회어린 표정으로 올려다봤다.동시에 노란색 포토라인 양편에 줄지어선 1백여명의 카메라기자들의 플래시가 쉴새없이 터졌다.

그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서 입구 회전문을 밀고 청사안으로 들어섰다.취재진들의 질문공세가 쏟아지자 그는 들릴듯 말듯하게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뒤로하고 귀빈용 엘리베이터를 탔다.목소리는 작으면서 약간 떨렸다.

상오 9시50분,중수부장실에 도착한 노씨와 법률자문역을 맡은 김유후 전사정수석은 안강민 중수부장,이정수 수사기획관을 각각 마주보고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안중수부장이 상석을 권했으나 노씨는 끝내 이를 사양했다.중앙의 상석은 주인없는 빈자리로 남았다.

대화는 10여분동안 날씨등을 화제로 어색하게 이어졌다.노씨는 대추차를 절반 정도 마셨으며 애연가로 알려진 안중수부장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상오 10시 정각,노전대통령은 일행과 헤어져 11층 특수조사실로 향했다.그리고 생애에서 가장 길고,곤욕스러운 조사를 받았다.그는 점심과 저녁식사를 연희동에서 배달된 생선초밥과 죽으로 때웠다.그러나 거의 입에 대지않고 남겼다고 수사관계자들은 전했다.

그의 귀가길의 날씨는 아침보다 더욱 차가왔고 매서웠다.<박현갑 기자>
1995-11-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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