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의 과제/서진영 고려대 교수·정치학(시론)

정치 개혁의 과제/서진영 고려대 교수·정치학(시론)

서진영 기자 기자
입력 1995-09-26 00:00
수정 1995-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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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27지방선거이후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다시 한번 제기되었다.망국적인 지역할거구도가 부활되고 보스중심의 파벌정치가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우리 정치의 전근대적이고 퇴영적인 모습에 대하여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사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우리 사회의 조화와 발전을 선도하는 생산적인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분열과 퇴행을 조장하는 비생산적인 경향이 더 부각되었고,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정치인의 사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하겠다.

이처럼 우리 정치가 전근대적이고 비생산적인 모습을 갖게 된 데에는 우리의 정치문화와 권위주의시대의 정치관행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개혁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3류청치」로 일류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정치개혁의 필요성과당위성에 대해서는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는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무엇보다도 정치개혁의 목표는 우리 정치의 지역독과점구조와 파벌중심의 정치행태를 극복하고 정치과정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제고함으로써 「신뢰받는 정치」로 발전하는 것이어야 하며,정치인의 사적 이익보다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지역과 계층의 이익을 상호보완하는 「생활의 정치」와 「화합의 정치」를 추구해야 하며,국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며 새로운 세력과 인물이 정치과정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적인 참여정치」의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겠다.이와 같은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개혁을 지금부터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첫째,선거의 공정성과 선거제도의 합리성을 확충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민주정치의 기본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거와 선거제도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과거 우리의 선거과정은 관권과 금권선거로 선거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선거제도 역시 국민의 의사를 정파적 이익에 따라서 왜곡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통합선거법이 실시되면서 정부­여당의 관권선거와 금권선거는 살아졌지만,정치인 개개인에 의하여 자행되는 엄청난 금권부정선거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고 하겠다.이런 점에서 선거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여야의 구별을 두지 않고 철저하게 처벌함으로써 공정한 선거관행이 정착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겠다.

이와 동시에 현행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국민대표성의 왜곡문제에 대해서 신중하게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우선 과도한 표의 비등가성으로 말미암아 위헌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재의 선거구획정문제는 다시 조정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소선구제도와 전국구제도가 지역대표성과 계층대표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이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중·대선거구의 도입이나 비례대표제의 확충과 정당식 투표제의 도입등을주장하고 있는데,앞으로 이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둘째로,올바른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를 구축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정당은 특정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운영되는 파당적·붕당적 성격이 강하며,정책경쟁의 차원보다는 일부 정치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투쟁의 수단이 되고 있다.따라서 우리의 정당정치는 특정파벌이나 정치인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정당내부의 권력구조부터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겠다.

정당의 민주화와 정책기능의 강화와 더불어 반드시 필요한 개혁은 국회의 역할과 기능을 제고하는 일이다.특히 국회가 정당과 정파의 정치투쟁의 볼모가 되는 현상은 극복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겠다.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가 상설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며,국회의원 개개인의 독자성과 입법기능이 강화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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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우리 정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이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공개하고,공직정치인에 대한 실질적인 윤리조사제도를 시행하며,정치인의 활동에 대한 국민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1995-09-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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