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녀들의 닫힌 마음/손정숙 문화부 기자(오늘의 눈)

북녀들의 닫힌 마음/손정숙 문화부 기자(오늘의 눈)

손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5-09-07 00:00
수정 199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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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상오 세계여성 비정부간(NGO)포럼장인 중국 회유의 M건물 3층 43호.한국여신학자협의회등 3개 여성교회단체가 공동 마련한 「남한과 북조선 여성의 만남의 광장」이 열리고 있는 이 방은 발디딜 틈없이 들어찬 2백여명으로 기껏 10여명이 자리를 지킨 같은 층의 다른 방들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모였어도 이곳의 분위기는 썰렁함이 감돌았다.가장 중요한 인물인,초청받은 북한여성의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일본 중국 독일 홍콩 네덜란드 미국을 비롯,연변조선족의 대표들까지 축하하러 모인 이곳에 북한여성의 반가운 얼굴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광복 50주년을 맞는 올해는 기독교에서 50년마다 맞는 희년이기도 합니다.희년에 기독교인들은 죄수와 노예를 석방하고 음식을 베풀어 잔치를 합니다.모든 맺힌 것을 풀어버리고 용서와 화해를 나누는 이 축제의 해에 남북한 여성들이 만나 손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인사말을 하는 윤순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공동대표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다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건물 바로 위층 48호는 바로 전날 북한측이 「전쟁중 일본의 성노예 범죄」를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던 곳.이곳에서 그들은 우리와 한 목소리로 일본을 규탄했고 전날엔 정신대 문제에 관한 공동결의안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정신대문제와 만남의 시간을 가로지른 하룻밤사이 모든 것이 왜 이리 달라져 버렸을까?자신들이 주장하는 이슈에는 자매들의 손을 끌어 잡았던 북녀들은 우애의 차 한잔 제의엔 왜 등을 돌렸을까? 서로 마음 하나 열지 못하는 남북한의 통일을 생각하며 기자의 마음은 착잡해졌다.<회유에서>
1995-09-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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