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하 외교안보수석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직전 자리는 주유엔대사였다.탈냉전이후 세계외교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돼가고 있는 곳이 유엔이다.유수석이 지난주 청와대수석회의에서 「세계 속의 한국인」에 대해 두가지 이야기를 했다.참석자들을 잠시 생각에 잠기게 했다고 한다.
그는 우선 유엔대사 시절의 경험을 들어 「왜 한국에서 근무했던 다른 나라 외교관들이 모두 반한인사」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우리정도의 국력과 근대화된 나라라면 서울에서 근무했던 외교관들은 한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친한국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것이 정상이다.그런데도 유엔에서 보면 서울을 거쳐간 동남아나 유럽지역 외교관의 대부분이 반한인사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그들이 유엔에서 한국 외교관들을 오히려 기피하는 현상,쳐다보는 눈매조차 곱지 않은 현실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하는 문제제기였다.
유수석은 이문제를 제기하면서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외무부와 관료사회에 책임의 일단을 돌렸다.관료사회부터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본국에서 면담을 하려는 손님이 와 면담을 요청해도 미국이나 일본을 빼고는 면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미국과 일본 중심의 외교와 문화가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는 해석이었다.
그는 그러나 일반국민의 외국인에 대한 태도나 문화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외교안보수석이 정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듯 했다.
청와대의 한 외교관계자는 유수석의 문제제기에 대해 『일본에 근무한 외교관은 친일파가 되고 한국에 근무한 외교관은 반한파가 된다는 게 외교가의 일반화된 인식』이라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일본도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60∼70년대엔 한국과 비슷한 이미지를 동남아에 남겨놓은 바 있다면서 일본의 전철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풀이했다.
그는 『아마도 유수석이 사석이었더라면 잘못된 민족우월주의가 서울주재 외교관을 반한파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을 것』이라고 유추해석했다.우리는 분단된 상황에서 국가발전에 국민적 에너지를 집약시키는 수단으로 「우리민족은 우수하다」「하면된다」등의 민족우월주의를 알게 모르게 심어왔다.이 논리들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원동력임에 틀림 없지만 세계화의 시점에서는 새로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유수석은 여기서 더 나아가 외국에서 일어나는 우리공직자들의 못마땅한 행태에 대해 이야기했다.싱가포르 정부가 얼마전 그곳 주재 한국대사관에 시찰·조사단의 파견을 자제해주도록 요청했던 실례를 들면서 이는 싱가포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를 갖고 전세계 우리공관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임을 설명했다.
유수석이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어떤 특정주제를 다루는 시찰단이 서로 다른 기관에서 A·B·C·D조를 이뤄 특정국의 유관기관을 방문한다.해당국 기관에서는 A팀에게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제공한다.얼마 지나지 않아 B·C·D가 차례로 찾아와 똑같은 질문에 똑 같은 내용의 자료를 요청한다.이때쯤이면 주재국 기관에서는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한국에는 복사기도 없느냐』고 비꼬기 시작한다.급기야는 더이상 한국에서 오는 조사단은 받지 않겠다는 통보로 이어지고 만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문제가 새로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수석은 세계화를 위해 우리가 개선해야 할 일의 일부분을 지적했을 뿐이다.그것은 새로운 국정지표로 제시된 세계화가 결국 「의식」을 바꾸는 일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이야기한 것이다.<김영만기자>
그는 우선 유엔대사 시절의 경험을 들어 「왜 한국에서 근무했던 다른 나라 외교관들이 모두 반한인사」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우리정도의 국력과 근대화된 나라라면 서울에서 근무했던 외교관들은 한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친한국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것이 정상이다.그런데도 유엔에서 보면 서울을 거쳐간 동남아나 유럽지역 외교관의 대부분이 반한인사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그들이 유엔에서 한국 외교관들을 오히려 기피하는 현상,쳐다보는 눈매조차 곱지 않은 현실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하는 문제제기였다.
유수석은 이문제를 제기하면서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외무부와 관료사회에 책임의 일단을 돌렸다.관료사회부터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본국에서 면담을 하려는 손님이 와 면담을 요청해도 미국이나 일본을 빼고는 면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미국과 일본 중심의 외교와 문화가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는 해석이었다.
그는 그러나 일반국민의 외국인에 대한 태도나 문화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외교안보수석이 정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듯 했다.
청와대의 한 외교관계자는 유수석의 문제제기에 대해 『일본에 근무한 외교관은 친일파가 되고 한국에 근무한 외교관은 반한파가 된다는 게 외교가의 일반화된 인식』이라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일본도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60∼70년대엔 한국과 비슷한 이미지를 동남아에 남겨놓은 바 있다면서 일본의 전철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풀이했다.
그는 『아마도 유수석이 사석이었더라면 잘못된 민족우월주의가 서울주재 외교관을 반한파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을 것』이라고 유추해석했다.우리는 분단된 상황에서 국가발전에 국민적 에너지를 집약시키는 수단으로 「우리민족은 우수하다」「하면된다」등의 민족우월주의를 알게 모르게 심어왔다.이 논리들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원동력임에 틀림 없지만 세계화의 시점에서는 새로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유수석은 여기서 더 나아가 외국에서 일어나는 우리공직자들의 못마땅한 행태에 대해 이야기했다.싱가포르 정부가 얼마전 그곳 주재 한국대사관에 시찰·조사단의 파견을 자제해주도록 요청했던 실례를 들면서 이는 싱가포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를 갖고 전세계 우리공관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임을 설명했다.
유수석이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어떤 특정주제를 다루는 시찰단이 서로 다른 기관에서 A·B·C·D조를 이뤄 특정국의 유관기관을 방문한다.해당국 기관에서는 A팀에게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제공한다.얼마 지나지 않아 B·C·D가 차례로 찾아와 똑같은 질문에 똑 같은 내용의 자료를 요청한다.이때쯤이면 주재국 기관에서는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한국에는 복사기도 없느냐』고 비꼬기 시작한다.급기야는 더이상 한국에서 오는 조사단은 받지 않겠다는 통보로 이어지고 만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문제가 새로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수석은 세계화를 위해 우리가 개선해야 할 일의 일부분을 지적했을 뿐이다.그것은 새로운 국정지표로 제시된 세계화가 결국 「의식」을 바꾸는 일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이야기한 것이다.<김영만기자>
1995-01-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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