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소극장서 1월29일까지 공연/「그로테스크 리얼리즘」 연극기법 최대한 활용/현대인 무기력·사회의 녹슨 도덕심 경고
유람선 화재,성수대교 붕괴,도시가스 폭발 등 사회불안의 요인이 된 대형사고들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창단이래 고집스러울 정도로 우리 사회와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모색해온 극단 연우무대(대표 정한용)의 현실진단에 따르면 그 이유는 부실공사 때문도 관리태만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지금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밑바닥」 즉 공동체의 기반이 침몰하는 배처럼 불안감으로 기우뚱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그렇다면 그같은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인가.
극단 연우무대가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사회고발성 풍자극 「카페공화국」은 공동체 붕괴의 현장과 그 원인,극복방안에 대한 나름의 연극적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무대는 12층 건물의 스카이라운지 카페 「공화국」실내.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일상을 보내는 이곳은 신문을 보는 사람,음악을 감상하는 사람,화장을 하는 사람 등 서민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는 장소이다.극의 초반부는 이렇게 일반적인 카페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그러던 어느날 총을 든 침입자가 들어오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공화국」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바깥세상과 완전히 고립된다.출구 없는 공간에 갇힌 사람들.이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보여주는 불안,초조 등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이 우화적으로 엮어진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공화국」 안과 밖에서 펼쳐지는 엄청나게 대조적 현실이다.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속에서도 건물밖의 공화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취임식,퍼레이드,쿠데타와 반쿠데타 등 일련의 역사가 격렬하게 진행된다.격변의 역사는 「공화국」안의 사람들을 무관심하게 방치하고 이들은 점차 공포와 위기에 익숙해지는 정신적 동맥경화 현상을 보인다.
연극 「카페공화국」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카페안의 사람들처럼 온갖 사회병리 현상에 무의식적인 중독증세를 보이는 현대인의 무기력함,또 한편으로는부조리한 현실에 애써 눈을 감아버리는 우리 사회의 녹슨 도덕심에 대한 경고다.
그러나 이 연극은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미루고 있다.박장대소 속에서도 단순히 웃고 넘길수만은 없는 기괴한 감정의 여운을 남기는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연극기법을 최대한 활용,우화적이고 상징적인 효과를 통해 관객 스스로의 해법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예작가 이상범씨와 함께 희곡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박상현씨(34)는 『공동체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안으로부터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이 극은 심각한 무비판,무반응의 냉소주의에 빠져있는 우리시대의 정신적 공황상태를 일종의 패러디로 그린 것』라고 강조한다.이얼 김뢰하 유연수 등 연우무대 소속 단원 대부분이 출연한다.1월 29일까지 평일 하오 4시30분·7시30분,토·일요일 하오 3시·6시 공연.<김종면기자>
유람선 화재,성수대교 붕괴,도시가스 폭발 등 사회불안의 요인이 된 대형사고들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창단이래 고집스러울 정도로 우리 사회와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모색해온 극단 연우무대(대표 정한용)의 현실진단에 따르면 그 이유는 부실공사 때문도 관리태만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지금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밑바닥」 즉 공동체의 기반이 침몰하는 배처럼 불안감으로 기우뚱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그렇다면 그같은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인가.
극단 연우무대가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사회고발성 풍자극 「카페공화국」은 공동체 붕괴의 현장과 그 원인,극복방안에 대한 나름의 연극적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무대는 12층 건물의 스카이라운지 카페 「공화국」실내.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일상을 보내는 이곳은 신문을 보는 사람,음악을 감상하는 사람,화장을 하는 사람 등 서민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는 장소이다.극의 초반부는 이렇게 일반적인 카페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그러던 어느날 총을 든 침입자가 들어오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공화국」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바깥세상과 완전히 고립된다.출구 없는 공간에 갇힌 사람들.이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보여주는 불안,초조 등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이 우화적으로 엮어진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공화국」 안과 밖에서 펼쳐지는 엄청나게 대조적 현실이다.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속에서도 건물밖의 공화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취임식,퍼레이드,쿠데타와 반쿠데타 등 일련의 역사가 격렬하게 진행된다.격변의 역사는 「공화국」안의 사람들을 무관심하게 방치하고 이들은 점차 공포와 위기에 익숙해지는 정신적 동맥경화 현상을 보인다.
연극 「카페공화국」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카페안의 사람들처럼 온갖 사회병리 현상에 무의식적인 중독증세를 보이는 현대인의 무기력함,또 한편으로는부조리한 현실에 애써 눈을 감아버리는 우리 사회의 녹슨 도덕심에 대한 경고다.
그러나 이 연극은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미루고 있다.박장대소 속에서도 단순히 웃고 넘길수만은 없는 기괴한 감정의 여운을 남기는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연극기법을 최대한 활용,우화적이고 상징적인 효과를 통해 관객 스스로의 해법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예작가 이상범씨와 함께 희곡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박상현씨(34)는 『공동체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안으로부터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이 극은 심각한 무비판,무반응의 냉소주의에 빠져있는 우리시대의 정신적 공황상태를 일종의 패러디로 그린 것』라고 강조한다.이얼 김뢰하 유연수 등 연우무대 소속 단원 대부분이 출연한다.1월 29일까지 평일 하오 4시30분·7시30분,토·일요일 하오 3시·6시 공연.<김종면기자>
1994-12-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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