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부당거래 중단하라(사설)

재벌기업 부당거래 중단하라(사설)

입력 1994-12-22 00:00
수정 199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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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대 재벌그룹의 하나인 삼성의 계열회사 삼성전자가 순이익규모를 줄이기 위해 보유주식을 액면가이하로 동일 계열기업에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있다.재벌기업이 이익규모를 줄이기위해 이른바 「분식결산」을 했다면 외형상 법적인 하자가 없더라도 도덕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이 회사는 1만원에 매입한 주식을 2천6백원에 매각함으로써 투신사 등 투자가들이 임시 주주총회소집을 요구하고 나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이 회사는 이번 주식매각으로 1천4백80억원 가량의 유가증권 특별손실이 발생,세전순이익이 줄어드는 바람에 4백억∼5백억원가량의 세금을 덜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벌기업 계열사간 부당한 거래는 비단 주식을 싸게 주고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자금여력이 있는 계열기업이 여기저기에 사옥을 지어 싼 값(장부가격)으로 다른 계열회사에 매각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또 재벌계열 회사간에는 부품이나 제품을 비싸게 사는 이른바 내부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그 대신 다른 하청업체의 제품은 싸게 사 손실을충당하고 있다.

재벌 계열사간의 이같은 거래는 건실한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반면에 상대적으로 부실한 회사는 자구노력이나 경영혁신이 없이도 생존하게 하는 등 이중의 폐해를 야기시키고 있다.재벌의 계열기업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한편으로 선의의 주주들은 불이익을 당하고 국민들도 간접적인 피해를 보게된다.재벌 계열기업이 세전순이익을 낮추어 세금을 덜내게 되면 그 세금은 다른 기업이나 일반 납세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은 얼마전 승용차시장 진입문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대재벌이다.물의를 빚어 가면서 신규사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그룹 전체 기업이 사회에 보답하는 길을 모색하기는 커녕 주주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납세의무도 교묘하게 피하는 부도덕한 행동을 해서야 되겠는가.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민주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시민들의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커진다.그런데 한국의 재벌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여론이나 시민의 기대는 고려하지 않은채 그룹에 이익이 되는것이라면 어떤 일도 해버리는 천민 자본주의적 경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말로는 국제화와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계열기업끼리 주식 주고 받기와 상품 비싸게 사주기 등의 전근대적인 경영을 하면서 어떻게 세계화를 지향할 수가 있는가.지금부터 계열기업간 비정상적인 거래는 당장 끊어야 한다.문어발식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재벌 계열기업간 부당행위가 시정되지 않는한 국제화는 커녕 국내기업으로서 존재가치마저 상실하게 될지 모른다.
1994-12-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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