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40조투입… 농촌회생 종합처방/농어촌대책 어떻게 짜였나

10년간 40조투입… 농촌회생 종합처방/농어촌대책 어떻게 짜였나

오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4-06-15 00:00
수정 199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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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 경쟁력 강화·복지향상 비중/2·3차산업 유치로 농외소득 확대

정부가 확정한 농어촌 발전대책은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 이후 위기에 놓인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종합적인 처방이 담겨있다.농어민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한 청사진이다.

○구체적 대책 제시

이번 대책은 마련하는 과정에서부터 색다른 특징이 있다.우선 지난 2월 1일 학계·농어민단체 대표 등 각계 인사 30명으로 구성된 농어촌 발전위원회가 5개월의 작업 끝에 건의한 내용의 대부분을 수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농발위가 건의한 1백29건의 과제 중 1백14건은 그대로 반영됐고,의료보험조합의 통합과 투기적으로 사들인 농지에 대한 국가기관의 매각 의무화 등 나머지 15건도 취지를 어느 정도 살렸다.

나이가 들어 농사를 그만두고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장려금을 주는 경영이양 장려금제는 재정형편으로 도입하지 못했다.그러나 농어민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나이의 제한을 60세인 국민연금보다 5세 더 늘려 65세로 함으로써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 공감대 반영

결국 정부의 이번 대책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농발위의 건의안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공감대 위에서 만들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내용도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의 산업진흥 및 농어민의 복지향상 등 세가지 분야에 골고루 비중을 두고 있다.농어업·농어촌·농어민의 세가지 시각에서 다각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농어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며,농어촌을 일과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쾌적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상대적으로 소외된 농어민에게 도시민 못지 않은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대통령에 대한 보고도 농림수산부 장관이 혼자 하지 않고 분야 별로 소관부처 장관이 했다는 점도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경쟁력 강화 부문에서는 프로정신을 갖춘 전업 농어가와 농업회사 법인을 집중 육성하면서 동시에 영세 및 겸업농을 보호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규모의 이점을 추구하면서도 전체 농가의 60%가 규모 1㏊ 미만인 영세 소농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세농 보호주력

올 하반기부터 오는 2004년까지 거둬들이는 농어촌발전 특별세의 투자 우선순위도 제시됐다.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이 끝나는 오는 98년까지 농특세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그리는 10년 뒤의 농촌모습은 농어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농공단지나 관광농원 등 2,3차 산업이 공존하는 생활공간이다.농업소득과 농외소득이 절반씩 되는 농어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농어촌의 사회간접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2,3차 산업을 적극 유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민과의 형평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과 교육 등의 복지 측면에도 많은 비중을 두었다.농어민의 복지증진이 농어업 발전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점이 적지않다.10년이라는 장기 계획을 마련하느라 연도 별로 구체적인 투자계획이나 시행방안을 갖추지지 못했다.총론은 있으나 각론이 소홀하다는 느낌이다.

각종 대책을 산만하게 나열함으로써 시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관련법의 제정 또는 개정작업이나 예산문제 등으로 부처간 마찰을 빚을 경우 장미빛 청사진으로 끝날 가능성이 없지않다.

○추곡수매제 미흡

시급한 과제의 하나인 농림수산부 본부 및 관련 기관에 대한 조직 개편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생산자단체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개별적으로만 분리시키는 것은 이미 지난 해 신경제 5개년 계획에서 제시됐던 내용이다.개편이 불가피한 추곡 수매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의 강력한 실행의지와 농어민의 자발적인 참여 여부가 대책의 실효를 가름하는 관건이다.<오승호기자>

◎최인기농수산 일문일답/“농사로 성공할수 있는 시대 올것”/치밀하게 준비… 관련법 개정 추진

정부가 확정한 농어촌 발전대책에는 농업의 경쟁력에서부터 후생·복지에 이르는 종합적인 처방이 담겨있다.

이를 주도한 최인기 농림수산부장관은 농어촌 발전위원회의 건의안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점이 아쉽다고 했다.또 제한된 국가 재원을활용하고 국민 전체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농어촌을 살리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교육 및 복지 부문에서 형평성을 제기하는 부처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되는가.농어촌 특별세 이외에 추가 재원은 있는가.

▲42조원의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비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25조원이 오는 98년까지 모두 투입된다.농특세도 올해부터 오는 2004년까지 모두 15조원을 거둬들인다.재원이 모자랄 경우 추후 예산당국과 협의할 생각이다.

­과거에도 무슨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흐지부지된 것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대책은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관계부처가 적극 참여해 마련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판이하다.앞으로 농정조직을 대폭 보강해 강력히 시행하고 이행여부도 철저히 점검하겠다.

­농지법 등 관련법의 제정 또는 개정작업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이번 대책을 추진하는데 차질을 빚게 될 텐데.

▲그래서 별도의 팀을 만들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추진되는 것이므로 정치권에서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번 대책에 농림수산 관련조직의 개편방안이 빠진 이유는.

▲농어촌 발전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직을 개편하면 조직원들이 동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총리와 총무처에 조직정비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분명한 시기를 밝힐 수는 없지만 올 하반기에 정비하겠다.

­앞으로 농어민들이 땅을 팔고 도시로 나오는 게 좋은가,아니면 시골에 남아있는 것이 좋은가

▲어려운 질문이다.매년 평균 40만명 가량의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앞으로도 이농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능력과 영농의지만 있으면 농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
1994-06-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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