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서 강도가 된 교포대학생(현장)

모국서 강도가 된 교포대학생(현장)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1993-07-23 00:00
수정 199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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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술로 탕진… 범죄자의 길로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해 유흥가를 전전하며 탕진한 3천여만원의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22일 상오 서울 서대문경찰서 형사계에는 홍성은군(23·서울대 경영학과 2년)과 홍민영군(23·서강대 경제학과 2년중퇴)등 2명의 특례입학생이 낀 20대 4명이 고개를 떨군채 「범죄자」로 전락한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었다.

친척·친구사이인 이들은 지난 21일 상오3시쯤 강서구 내발산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인쇄업자 나모씨(25)를 흉기로 위협,성은군의 엑셀승용차에 태워 납치한뒤 마포구 노고산동 자취방으로 끌고가 감금하고 현금·예금등 9백여만원을 빼앗았다.

이들은 나씨를 모은행 서소문지점으로 끌고가 나씨의 적금을 해약케하여 이를 빼앗는등 「전문범죄꾼」같은 대담성을 보였으나 나씨의 신고로 하룻만에 붙잡혔다.

이들 가운데는 대한체육회 산하 모단체의 이사 아들인 김경동군(22·중졸)과 전 역도종목 국가상비군 권정우군(22·서울체고 2년 중퇴)도 끼어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파라과이의 한 교회에서 우연히 알게된 민영이를 서울에서 다시만나 서로 외로움을 달래며 유흥가를 함께 돌아다녔습니다』

지난 80년과 84년 각각 브라질과 파라과이로 이민한 교포자녀들인 이들은 민영군의 사촌동생인 권군과 권군의 친구 김군등과 어울리면서 부모들이 매달 부쳐주는 1백여만원 생활비만으로는 감당을 못할 정도로 나날이 씀씀이가 커졌다.

결국 이들은 파라과이에 있는 외항선원들이 성은군의 아버지(55·무역업)명의의 국내예금통장을 통해 가족들에게 전해달라며 맡겼던 돈 3천여만원에 눈독을 들여 이 돈을 탕진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때는 늦었구요』

「돈과 향락의 노예」로 전락,끝내 쇠고랑까지 차게 된 이들을 신문하던 노(노)형사는 타자기를 치다 말고 어처구니가 없는듯 줄담배만 피우고 있었다.<박찬구 사회부기자>
1993-07-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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