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헌기자 방문기(일본은 지금…:4)

곽태헌기자 방문기(일본은 지금…:4)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3-05-12 00:00
수정 199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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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심각한 주택난… 저명인사집도 20∼30평/동경서 1시간거리 15평아파트값 5천만엔/출퇴근 평균 3시간… 부모 모시고 살기 늘어

세계 GNP의 13%를 차지하는 경제대국 일본.국가와 기업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이지만 국민들 생활의 질은 이를 따르지 못한다.

규슈대학의 다카하시 겐이치교수(44·과학사)는 후쿠오카의 17평 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산다.월급이 50만엔이지만 도쿄와 교토에서 공부하는 두 아들에게 매달 20만엔을 학비와 하숙비로 보내며 임대료도 내야 한다.부인도 직장을 갖고 있으나 형편이 어려워 해외이민까지 생각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거품이 걷히면서 부동산 값이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월급쟁이들이 대도시에서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도쿄 중심지에서 차로 1시간이나 떨어진 곳의 15평짜리 아파트 값이 약 5천만엔이다.대기업의 대졸초임은 약 20만엔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가나모리 히사오회장은 『경제가 성장했어도 주택문제는 심각하며 공항 도로 철도등 사회간접시설도 경제대국으로는 모자라는 편』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인들의 생활패턴도 주택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내집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부모들과 함께 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젊은이들은 내집마련을 포기하고 자가용부터 사들인다.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매일 출퇴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평균 출근시간은 1시간40분.퇴근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낸다.이러니 집에서 아침을 먹을 시간이 없고,도쿄 중심지의 우동집 라면집 빵집이 아침부터 직장인들로 붐빈다.

집값과 교통비등이 비싼 것을 비롯,전반적인 물가가 외국인에게 벅찬게 사실이다.

그러나 긴자의 쇼핑가와 한국의 백화점 가격을,일본의 대졸초임(약20만엔)과 한국의 대졸초임(약70만원)을 기준으로 견주어 보면 우리보다 싼 것도 많다.필리핀산 바나나 10개가 일본은 4백엔으로 우리의 3천5백원보다 훨씬 싸다.큰 수박이 일본에서는 3천5백엔으로 우리의 1만5천원선보다 현실적으로 싼 편이다.일본에서 6천엔인 전자계산기는 우리 백화점에서는 4만원이다.

가령 우동만 해도 2백엔부터 1천엔 짜리까지 있어 형편에 맞는 것을 택할 수 있다.또 기혼여성의 60%가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생활에 보탬이 된다.

심각한 주택문제에 대해서도 큰 불평은 없다.포린프레스센터의 아키야마 데루지이사장은 『인구와 땅덩이를 생각할때 큰 집에서 사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체념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말은 지도층 뿐 아니라 국민 대부분의 생각이다.사회지도층으로 꼽히는 인사들 역시 대부분 20∼30평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사회구조가 짜임새 있고 안정돼 하루 아침에 졸부가 생기는 일이 없는 것도 불평이 없는 요인이다.빈부 차가 없는 것도 강점이다.그래서 「일본은 자유주의적 공산주의 국가」라는 말까지 나온다.국민들의 비슷한 생활수준이 오늘의 일본이고 또 그것이 이 나라를 선진대국으로 만든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1993-05-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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