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양당체제 개편 “시동”/CY 은퇴이후의 활발한 물밑접촉

정계 양당체제 개편 “시동”/CY 은퇴이후의 활발한 물밑접촉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1993-02-11 00:00
수정 199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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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탈당… 국민,교섭단체 유지 힘들듯/빠르면 새 정부 출범직후 「거여강야」 탄생/국민 입당파일부선 민주행·신당결성 저울질

정주영대표가 정계를 은퇴함에 따라 국민당이 와해위기에 처하면서 정계개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국민당은 10일 최고위원 당직자회의를 열고 정대표없이도 당을 유지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그러나 이호정·송영진의원이 정대표 은퇴직전 탈당한데 이어 정태영·이학원의원도 이날 당을 떠났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현재 30여석인 국민당 의석이 멀지않은 장래에 원내교섭단체(20석)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문에 국민당이 소멸되지 않는다해도 힘있는 원내세력으로 남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14대 총선결과 구축되었던 3당체제가 무너지고 민자·민주 양당이 맞서는 새로운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당체제로의 회귀는 집권당인 민자당의 의지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영삼차기대통령은 재벌총수였던 정대표가 갑자기정치에 뛰어들어 생성된 3당구도를 「부자연스러운」것으로 생각해왔다는 것이 일부 측근들의 설명이다.

민자당측에서 정대표가 정계은퇴를 하도록 「압박」해온 것이 궁극적으로 제2야당의 소멸을 겨냥한 행동이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당의 퇴조를 이같이 인위적인 원인에 따른 것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정치발전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보다 옳다는 지적도 있다.

80년대이래 나타났던 다당제는 정치선진화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5공 초기에는 집권당이 야당을 손쉽게 요리하기 위해 3당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85년 12대 총선에서 국민심판에 의해 다시 양당체제로 돌아갔다.

88년 13대 총선에서 생겨난 4당체제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총선 직전에 치러졌던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네 후보의 출신지역을 거점으로 의원들이 당선된 「지역할거정당」들이었다.

4당체제의 모순은 결국 90년초 3당합당이라는 정계대개편을 야기시켰다.

국민당이 제2야당으로 떠오른 지난해 14대 총선결과도 언제인가는 개편이 예고된 것이었다.

우선 14대 대통령선거이후 우리 정계를 이끌었던 양금씨중 한명은 대통령이 되어 초연한 위치에 올라섰다.다른 한명은 정계를 은퇴,카리스마를 가진 정당지도자는 사실상 사라졌다.

정대표만이 「김력」을 바탕으로 국민당을 이끌려 했으나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던 것으로 관측된다.국민당의 몰락을 민자당은 물론 같은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환영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수 있는 안정여당과 이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단일 야당이 존재하는게 보다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거여강야」체제가 이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자당은 그러나 양당체제 구축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너무 작위적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면 야당탄압 혹은 일방독주의 비난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정계개편의 속도는 국민당이 스스로 무너지는 정도가 얼마나 빠르냐에 달려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새정부가 출범하는 이달말까지는 국민당의 원내교섭단체 유지가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국민당내에서 창당파와 입당파간 갈등이 폭발한다면 국민당의 해체가 일거에 이루어질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철언의원을 중심으로 국민당내 일부 인사들이 민주당과 야권통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변수가 되고 있다.하지만 민주당은 개별영입은 적극 추진하되 당대당 통합에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민주·국민 양당의 통합이 성사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당의 일부 인사들이 당을 끝까지 지킬 가능성과 함께 이자헌·박철언·김복동의원 등 입당파가 주축이 되어 새로운 군소정당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이종찬·박찬종의원 등도 이러한 움직임에 합류,의외로 영향력을 지닌 새 정당이 생겨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양순직의원 등은 당사무처 조직을 거의 갖지 않고 20여명의 의원들이 모여 「무소속 동우회」와 비슷한 성격의 협의체적 정당을 결성,새 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국민당 소속인사들의 이같은 자구노력에도 불구,정계는 양당구조로 개편돼 가고 있다.늦어도 연말까지는 1백80∼1백90석에 이르는 「거여」와 이에 맞서는 1백여석의 「단일야당」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이목희기자>
1993-02-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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