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 프랑스였던가,『이 세상의 기쁨은 선물을 받는데 있는게 아니라 주는데 있다』고 했던 사람이.맑은 현악기의 소리 같은 수필을 쓰는 피천득교수도 「선물」이란 제하에 그런 내용의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줄까 미리부터 생각하는 기쁨,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기쁨,그리고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인편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여 보는 기쁨,이런 가지가지의 기쁨을 생각할 때 그 물건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선물은 그렇게 주는 기쁨만 있는게 아니라 받는 기쁨이 더 큰 법이다.다만 그 선물에 검측한 타의가 묻어있지 않고 오롯한 정의만이 포장되어 있을 때라고 주석을 달아야겠지만.그래서 『내금강에 갔다가 만폭동 단풍 한잎을 노산(노산:이은상시인)에게 선물로 갖다준』금아(금예:피교수의 아호)도 『한 학생이 갖다준 이름 모를 산새의 깃,무지개같이 영롱한 조가비』를 기쁨으로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다양한 것이 선물의 내용이라고할 것이다.「만폭동 단풍잎」뿐 아니라 황금·보석등 이 세상의 물건치고 선물의 대상 안되는 것 없다 할 정도로.사람이 선물의 대상으로 되는 시대도 있지 않았던가.이렇게 선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까닭은 지난 설무렵 평소 아껴주던 친지가 보내준 도서상품권에 있다.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것이었고 느긋하게 고른 책이 10여권에 이르렀다.
결혼 예물로 책을 선물한 사람도 있다.조선왕조 초기의 의학자이면서 문장에도 능했던 유효통이 그 사람이다.이육 「청파극담」에 실려 전한다.
그의 한 아들이 정승인 황보인의 딸한테 장가를 들게 된다.돈많은 사람들은 진귀한 보물을 함에 담아 보내는 것이 시속이었고 그런 예물함이 3∼4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유씨네도 황보씨네 집으로 함을 보냈다.그런데 일가친척이 주시하는 가운데 함을 열었더니 빽빽히 들어있는 건 보물 아닌 책이었다.사돈이 된 황보인이 유효통에게 물었다.『예물함에는 왜 책만 넣어 보냈습니까』.유효통의 대답은『황금이 상자에 가득차 있더라도 자식에게 한 권의 경서를 가르치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있으니 혼인에 어찌 책을 예물로 못쓴다 하겠습니까』
다달이 「의무감」으로 책을 몇권씩 사는 사람들이 있다.그렇게 해서 출판업도 돕고 자신도 돕자는 뜻이다.장서가 취미인 사람한테는 별로 읽지도 않는 책을 무엇 때문에 사느냐는 질문도 따른다고 한다.하지만 설사 못(안)읽는다 하더라도 책을 사랑하는 분위기를 집안에 심는다는 것 그것으로서 값지다.향기롭다.교육적이다.어느날 읽으려니 하다가 끝내 못읽고 이승을 하직한들 어떤가.
올해는 책의 해이기도 하다.도서상품권이 황금보다 귀한 선물로 정착되어나갔으면 한다.<서울신문 논설위원>
하지만 선물은 그렇게 주는 기쁨만 있는게 아니라 받는 기쁨이 더 큰 법이다.다만 그 선물에 검측한 타의가 묻어있지 않고 오롯한 정의만이 포장되어 있을 때라고 주석을 달아야겠지만.그래서 『내금강에 갔다가 만폭동 단풍 한잎을 노산(노산:이은상시인)에게 선물로 갖다준』금아(금예:피교수의 아호)도 『한 학생이 갖다준 이름 모를 산새의 깃,무지개같이 영롱한 조가비』를 기쁨으로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다양한 것이 선물의 내용이라고할 것이다.「만폭동 단풍잎」뿐 아니라 황금·보석등 이 세상의 물건치고 선물의 대상 안되는 것 없다 할 정도로.사람이 선물의 대상으로 되는 시대도 있지 않았던가.이렇게 선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까닭은 지난 설무렵 평소 아껴주던 친지가 보내준 도서상품권에 있다.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것이었고 느긋하게 고른 책이 10여권에 이르렀다.
결혼 예물로 책을 선물한 사람도 있다.조선왕조 초기의 의학자이면서 문장에도 능했던 유효통이 그 사람이다.이육 「청파극담」에 실려 전한다.
그의 한 아들이 정승인 황보인의 딸한테 장가를 들게 된다.돈많은 사람들은 진귀한 보물을 함에 담아 보내는 것이 시속이었고 그런 예물함이 3∼4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유씨네도 황보씨네 집으로 함을 보냈다.그런데 일가친척이 주시하는 가운데 함을 열었더니 빽빽히 들어있는 건 보물 아닌 책이었다.사돈이 된 황보인이 유효통에게 물었다.『예물함에는 왜 책만 넣어 보냈습니까』.유효통의 대답은『황금이 상자에 가득차 있더라도 자식에게 한 권의 경서를 가르치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있으니 혼인에 어찌 책을 예물로 못쓴다 하겠습니까』
다달이 「의무감」으로 책을 몇권씩 사는 사람들이 있다.그렇게 해서 출판업도 돕고 자신도 돕자는 뜻이다.장서가 취미인 사람한테는 별로 읽지도 않는 책을 무엇 때문에 사느냐는 질문도 따른다고 한다.하지만 설사 못(안)읽는다 하더라도 책을 사랑하는 분위기를 집안에 심는다는 것 그것으로서 값지다.향기롭다.교육적이다.어느날 읽으려니 하다가 끝내 못읽고 이승을 하직한들 어떤가.
올해는 책의 해이기도 하다.도서상품권이 황금보다 귀한 선물로 정착되어나갔으면 한다.<서울신문 논설위원>
1993-01-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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