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문학상 소설부문 수상/홍성원씨(인터뷰)

이산문학상 소설부문 수상/홍성원씨(인터뷰)

백종국 기자 기자
입력 1992-07-09 00:00
수정 199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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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에 묻힌 개개인의 진실 부각”

중견작가 홍성원씨와 시인 정현종씨가 92년도 이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이산문학상은 고 김광헙시인을 기리기 위해 문학과지성사에서 제정한 상으로 올해로 4회째.두 수상자의 인터뷰를 싣는다.

『제 나름으로는 역사소설로는 첫 이산문학상을 탄게 기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씨는 수상작인 「먼동」이 자신의 첫 역사소설임을 밝히고 이로써 역사소설을 쓰는데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87∼91년 동아일보에 연재된뒤 전5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먼동」은 구한말부터 3·1운동에 이르는 시기를 배경으로 세 가족사의 얘기를 다룬 역사대하소설.최근 현실도피적이고 가벼운 읽을거리로서의 역사소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먼동」은 그와는 다른 변별점을 갖는다.철저한 고증에 따른 사실적인 사건전개와 주제에의 집요한 천착,이와 더불어 「먼동」의 남다른 의의는 역사에 대한 논의를 사실적 수준으로 형상화했다는데 있다.

일제의 침탈이 가속화되는 시기에 양반·중인·천민 세가문의 일제의 친밀도에 따른 부심을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결과만이 남아 중요시되는 역사란 무엇이가」라고 묻는다.

결국 대답없는 메아리나 냉소주의로 기울어지기 쉬운 이 질문에 대해 작가는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개인들의 노력을 부각시킴으로써 역사허무주의의 극복을 꾀하고 있다.

『역사가 제아무리 잘못된 것이라 해도 역사기록의 행간에는 이를 바로 잡으려는 개인들의 노력이 숨어있음에 주목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먼동」은 역사라는 거대담론 속에 파묻혀 버렸던 개인의 진실을 복원시킴과 함께 기존 식민사관에 물든 역사허무주의의 전복을 시도한 뜻있는 작업성과로 관심을 모은다.

6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남과북」 「D데이의 병촌」등으로 큰 역량을 드러냈던 작가는 현재 본지에 또다른 역사소설 「수적」을 연재중이다.

○이산문학상 시부문 수상 정현종씨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시로 노래”

『나무는 광합성으로 생태계에 산소를 공급하고 시는 인류에게 「정신적 초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나 나무나 하는 일은 비슷하지요』

제4회 이산문학상 시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시인 정현종씨(53·연세대교수)는 자신의 시쓰는 작업을 「정신적 초록」을 제공하는 일로 간단히 요약했다.

이번에 이산문학상 수상작으로뽑힌 그의 시집 「꽃 한송이」는 올 상반기에 간행된 가장 우수한 시집중의 하나로서 이같은 그의 시세계를 충실히 담고 있다.형이상학적인 다소 난해한 시를 써오다 80년대 후반부터 생태계의 위기를 시로 형상화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으로 그동안의 시작업을 정리한 셈이다.

『자연과 인간간의 관계에 새롭게 주목하게 되었지요.이는 미생물이나 고등생물이나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통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섬세한 생명감각과 우주적 상상력으로 생동하는 생물의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그러나 그 노래는 결코 밝고 명랑한 노래는 못된다.파괴되어 가는 자연 한가운데에 선 시인의 노래는 다소 허허롭게 들린다.그 허허로움은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주며 그 어떤 정신적 예지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생태계의 위기감을 시인으로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정씨는 자신은 생태계 보존을 위해 운동대신 시를 택했노라고 말했다.자연은 시쓰기의 「샘」이며 자신은 시의 힘을 믿는다고 정씨는 덧붙인다.그런 맥락에서 볼 때 지금도 생태계의 파괴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시로써 「정신적 초록」을 제공하는 시인의 작업은 당분간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백종국기자>
1992-07-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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