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스탈린」이 어땠느냐는 관광객의 물음에 엄지손가락을 쓰윽 올려보였다.「최고!」라는 뜻인 듯했다.『고르바초프는?』하고 다시 물으니까 쳐들었던 엄지를 아래로 휘익 꺾어 내렸다.「틀려먹었다!」는 뜻인 듯했다.그것만을 가지고 소련사람들이 스탈린시대를 그리워한다고 할 생각은 없다.아마도 민주화 한답시고 민생문제는 더욱 엉망이 된 현실에의 불만일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씨익 웃기도 했었다.◆바늘을 금방 뺀 듯한 진솔 신사복에 같은 천의 중절모까지 눌러쓴채 낚싯대를 드리운 좀 안어울리는 중년남자가 느닷없이 『기자선생 한마디 물어봅시다.통일을 하자는 겁니까 말자는 겁니까?』하고 내뱉었다.그 다음은 이어서 「임수경」「문익환」을 왜 가둬뒀는가고 목청을 돋구어 따지는 순서이리라.남쪽에서 올라간 취재팀이 붙잡고 말을 걸어본 북쪽사람들은 거의가 꼭같은 순서로 그렇게 말했다.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였다.그러다가 주먹을 휘두르며 통일을 외치기도 했다.◆따로 흩어져 있지만 그들은 모두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TV에 비친 그들의 순치된 모습이 서글프고 정나미 떨어진다.입을 벌리지만 않으면 약간 촌스런 듯하면서도 순박하고 착해 보이는 한민주 그대로의 모습이 배어나오는 그들인데,이렇게 우스꽝스런 녹음기처럼 같은 말을 하게 만든 정치지도자들이 지겹다.◆가혹한 철권통치로 오늘의 「몰락하는 사회주의」의 빌미를 잉태시켰던 독재자 스탈린을 최고라며 고르바초프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타슈켄트의 택시기사가 한심한 소련시민일지는 몰라도 그런 표현을 마음놓고 해대는 소련사회의 새로운 「자유도」가 얼마나 좋은 것인가.그것에서 이 큰나라의 회생을 기대하게 한다.거기 비하면 북한주민들의 길들여진 행동은 우리를 우울하고 심정 사납게 만든다.남쪽에서 간 「기자선생님」들은 이제 이런식 인터뷰는 안하는 것이 차라리 좋겠다.
1991-10-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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