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재벌에 “극약처방”/땅 안판 기업 「여신동결」 조치 안팎

버티는 재벌에 “극약처방”/땅 안판 기업 「여신동결」 조치 안팎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1991-05-03 00:00
수정 199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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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신규대출 끊겨 큰 타격/현대·롯데 “부당” 주장… 귀추 관심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있는 재벌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철퇴가 내려졌다.

2일 재무부가 발표한 「비업무용부동산 미처분 기업에 대한 추가제재방안」은 해당기업에 대해 비업무용부동산을 처분할 때까지 은행여신 잔액을 현 수준에서 무기한 동결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은행의 신규대출 중단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어 제재대상 기업들에는 극약처방에 가까운 것이다.

현재까지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아 추가 제재조치를 받게 된 재벌기업은 22개 계열기업군의 40개 기업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당국의 비업무용 판정에 불복해 재심계류중인 럭키금성 계열의 성호기업과 호남석유화학의 경우는 업무용으로 구제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2개 기업을 제외할 경우 제재대상기업은 21개 계열기업군의 38개 기업이 된다.

정부가 이처럼 재벌기업들에 무더기로 신규대출 중단과 같은 초강력 제재수단을 동원한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은행의 신규대출 중단은 곧바로 단자·종금사 등 제2금융권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해당기업들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각종 운영자금과 시설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서 극도의 자금난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의 추가 제재조치는 지금까지 취해 왔던 연체금리 부과나 지금보증료 중과,신규부동산의 취득금지 등과는 성격상 차원을 달리하는 것으로 재벌기업들의 비업무용부동산 처분을 촉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월말 현재 재벌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처분실적은 전체 처분대상 5천7백44만3천평 중 3천4백56만5천평으로 60.2%에 그치고 있다. 아직도 2천2백87만8천평(39.8%)이 처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미처분부동산 가운데 대성탄좌의 문경조림지(1천7백13만4천평)는 기업주가 팔려고 내놓아도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팔리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해당 기업주들이 못 팔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태다. 그 대표적인 경우도 롯데물산·롯데쇼핑·호텔롯데 공동소유로 돼 있는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와 현대산업개발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역삼동의 사옥건립 부지를 들 수 있다. 이들 토지는 롯데의 경우 지난 88년초 서울시로부터,현대는 86년 4월 토개공으로부터 각각 헐값에 넘겨받았으나 땅값이 최근 몇년 사이에 최고 수십배까지 치솟아 특혜시비를 낳고 있는 강남의 노른자위 땅이다.

현재 롯데와 현대측은 은행여신을 묶는 정부의 추가제재조치에 대해 『해당 토지에 대한 사업착수가 늦어진 것은 정부당국의 관련 인허가가 지연되는 데 따른 것이므로 제재조치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어 자칫 법정송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여신동결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당 재벌기업들이 계속 버틸 경우에는 마지막 카드인 「여신전면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무부의 한 관계자는 『몇몇 재벌기업들이 버틴다고 해서 정부가 국민 앞에 천명한 약속을 슬그머니 거둬들여 꽁무니를 뺀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표현으로 재벌소유 비업무용부동산의 처분문제에 관한 청와대 및 정부내 강경분위기의 강도를 전달했다. 이로 보아 정부의 이번 여신동결 조치는 전면적인 여신중단을 예고하는 예비조치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가 이처럼 재벌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처분문제에 대해 초강경 방침을 선택한 배경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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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 마련에 참여한 실무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우선 통치권 차원의 확고한 결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국민저축자금인 은행돈을 빌려 부동산투기를 하는 기업주는 도태시키는 것이 국민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5·8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다되는 시점에서 정부가 더 이상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일 경우 모든 정부 정책의 신뢰성 저하와 직결된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비업무용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있는 재벌기업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밝힌 1일의 노태우 대통령 지시내용은 이같은 정부의 입장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끈질기게 버텨온 재벌그룹들이 이번 조치에 또 어떤 대응논리로 나올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염주영 기자>
1991-05-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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