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류」 흠집 내기에 「정공법」 대응

「대교류」 흠집 내기에 「정공법」 대응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0-08-07 00:00
수정 199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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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위문단」 조건부 수용의 배경/민족화합 차원,일단 “환영” 표시/특정인 면담은 선전우려 불허/「7·20」 제의에 북,“거부명분 찾기” 속셈인 듯

정부가 6일 북한측이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중인 임수경양등을 위문하기 위해 1백여명의 「위문단」을 파견하겠다고 제의한 데 대해 이를 환영하고 다만 그 시기를 민족 대교류기간(8월13∼17일)으로 하며 재소자 면회는 불허키로 한 것은 7·20 특별발표의 기본정신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위문단을 환영한다고 밝힌 것은 이산가족을 비롯한 남북의 동포들이 서로 만나 분단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상호 신뢰와 이해의 폭을 넓힘으로써 민족화합과 통일을 이뤄낸다는 민족대교류 선언정신에 따른 것이지만 특정인인 재소자 면회는 남북대교류가 정치선전장의 기회로 이용될 수 없다는 기본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정법을 위반한 재소자 면담이 7·20 특별발표의 기본정신에 위배되고 남북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아래 재소자 면담은 불허하는 한편 재소자의 가족과 변호인의 면담을 허용하고 방문기간을 북측이 당초 제의한 14일부터 18일까지가 아닌 민족 대교류기간인 13일부터 17일까지로 하자고 발표한 것은 위문단의 방문은 사실상 거부하고 전면 개방과 자유왕래에 북측이 호응해 올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위문단 파견 제의가 명백한 정치선전술의 의도라는 판단아래 허용여부를 놓고 한동안 고심한 듯하다.

결국 민족 대교류의 기본정신에 따라 교류기간 동안의 서울방문과 재소자 가족및 변호인에 대한 면담만을 선별적으로 허용한 것은 북측의 저의에 정면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재소자에 대한 면회를 거부함으로써 북측이 대교류기간동안 우리측 지역에 올 경우 우리 실정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물론 남북교류가 남북간의 합의로 성사될 경우에는 실정법보다는 쌍방 당국간의 합의사항이 우선 적용되는 데는 변함이 없다.

노태우대통령의 민족 대교류기간 발표이후 10여일동안 일체 공식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던북한이 임수경양등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수감된 재야인사들을 위문하겠다고 제의해 온 것은 우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한 민족 대교류 흠집내기라는 것이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즉 북한측은 우리측이 남한 국민들의 북한방문을 제한없이 허용할 것이며 북한동포들이 우리측 지역에 들어올 경우 어느 지역도 자유로이 방문하고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고 밝힌 7·20발표 가운데 「어디서나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소자 면담을 거부한 사실을 크게 부각시켜 민족 대교류 정신을 비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날 재소자 위문단의 방문을 사실상 거부한 정부의 발표를 트집잡아 민족 대교류선언을 거부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7·20발표이후 공식입장을 회피해 온 북측은 지난 2일 밤 방송을 통해 위문단 파견을 제의하면서 이같은 위문단은 7·20선언의 취지에도 부합된다고 발표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7·20선언을 인정한 셈이다.

북한측이 이같이 사안별로 7·20선언을 인정하고 나선 것은 우리측이 위문단 방문을 수용할 경우 임양 면담사실을 정치선전용으로 이용하고 이를 거부하면 거부를 빌미로 민족 대교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양면작전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민족 대교류가 명분상 거부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찾기에 고심해온 듯하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9월30일 결성된 「임수경 석방투쟁위원회」의 여연구위원장 명의로 노태우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겠다고 했으나 우리측이 접수를 거부하자 방송으로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북측은 남북대화에서 명분상 뒤질 때마다 이같이 상대방의 격을 무시한 비상식적인 태도를 취하는등 심리전을 펴왔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의 지적이다.

또 전민련이 다소나마 정부당국과 같은 입장을 나타내는등 북측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민련이 판문점 범민족대회 특정단체 참가 불허,평양 등 다른 지역일 경우 특정단체 참가 허용의 정부방침에 맞춰 오는 14·15일 서울에서,16·17일 평양에서 범민족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자 지난 5일 밤 방송을 통해 전민련측에 대한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의 위문단은 임양 석방투쟁위원회 여연구위원장(조국통일 민주주의전선 의장및 조평통부의장)을 비롯,지난해 임양의 입북을 환영했던 조선학생위원회의 학생 및 취재기자단 등 1백여명 규모이다. 북측이 자유왕래와 전면개방의 민족 대교류의 전제조건으로 보안법철폐·보안법위반자석방·콘크리트벽 철거 등을 내세운 점을 감안하면 북측은 임양 위문단의 거부를 구실로 또 다시 보안법철폐·보안법위반구속자 석방을 주장하는 선전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리측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민족 대교류에 대한 호응촉구에 대해 그 답변시한인 7일까지도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위문단 거부가 민족 대교류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한 명분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측이 이날 위문단 파견에 거부의사를 밝혔고 민족 대교류 답변시한이 7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7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답변을 해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방침을 트집삼아 그동안 되풀이해온 보안법 철폐·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고 민족 대교류정신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면서 남북교류와 개방의 문을 일단 걸어잠글 것이라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북측은 언제까지나 개방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북측의 성명전과 심리전에 우리측이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민족대교류는 8·15에 국한되지 않고 추석·설날 등 민족명절에도 가능한 만큼 앞으로의 직접적인 성명전보다는 북의 개방과 교류를 유도해 내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박정현기자〉
1990-08-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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