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기대에 부푼 베를린 현장을 가다(이제 독일은 「하나」:3)

통일기대에 부푼 베를린 현장을 가다(이제 독일은 「하나」:3)

김진천 기자 기자
입력 1990-07-03 00:00
수정 199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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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상품…「줄서기경제」가 사라진다/동독기업 자생력 회복이 최대과제/국민도 자본주의적 사고수용 시급/동독의 자구노력 없을땐 서독 지원에도 한계

「7ㆍ1경제통합」 전날 까지만 해도 텅비어 있던 동독상점들의 진열대에는 2일부터 다시 상품이 그득히 쌓이기 시작했다.

비누한개 사과몇개 사려해도 지루한 줄서기를 강요당했던 엊그제의 사정에 비하면 세상이 크게 달라졌음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현지의 신문들은 이번 조치로 독일경제사에 새지평이 열렸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회주의경제체제를 하루아침에 자본주의체제로 바꾸어 놓은 이 조치는 아마도 20세기 경제사에 최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40여년간의 공산독재 아래 사회주의경제의 특징인 배급제도에 길들여져온 동독국민들은 이날 경제통합조치후 처음 장사를 시작한 상점에서 가전제품이며 옷가지며 식료품 등 평소 사고싶고 지니길 원했던 물건들을 자유스럽게 선택하여 사들고 나오는 것으로써 자본주의사회의 자유시장경제와 첫 만남을 했다.

『마르크화를 처음 받았을 때는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었고 갖고싶던 물건을 사고 나니 딴 세상에 온듯 싶습니다』부인과 함께 컬러 TV를 사가지고 나오던 오토 슐레만씨(46)는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아직은 뭐가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가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면 이번 조치로 동독은 완전히 서독에 흡수되어 사라져버렸다.

서독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발권을 전담함은 물론 통화의 수급조절도 담당하게 된다.

또 국가예산의 통제권도 서독정부가 행사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쓰러져 가는 동독경제가 뜻대로 활기를 찾게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렵다. 개인들에 있어서의 염려와 마찬가지로 국가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적용된 양독화폐교환 비율,그리고 이에 소요된 2백60억마르크라는 막대한 화폐발행은 앞으로 인플레를 부르고 금리를 올리는 역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독의 모든 기업들은 가능한한 신속히 국영에서 민영체제로 바꾼다는 협정 내용에 따라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이 1일부터중단됐다. 시장경제의 경쟁체제로 내몰린 것이다.

동독의 공장들중 자유경쟁에서 견뎌낼 수 있는 곳은 30%에 불과하며 절반은 재정지원을 받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이고 20%정도는 아주 짧은 기간안에 도산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일경제연구소는 경제통합과 관련한 연구보고서에서 단기적인 부정적 측면을 보다 자세하게 예시했다.

이 연구소의 하이네르 후라베스크 책임연구원은 동독의 기업들은 생산설비의 구조적 취약성,생산수단의 낙후,통신시설 미비,노동자들의 근로의욕 저하 및 자발적의사결정태도의 미숙 등으로 자유경쟁체제에서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기업의 도산 등으로 동독의 실업률이 91년에는 1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회색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서독정부는 자신들의 경제력으로 이를 담당,해결해 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며 동독국민들이 불안속에서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헬무트 콜 서독총리는 1일 통화통합에 즈음한 TV연설을 통해 경제통합조치의 성공적인 수행만이 분단된 조국의 완전통일을 조속히 달성할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동서독은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총 1천1백50억마르크 규모의 「통독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동독은 이 기금에서 올해에 2백20억마르크,내년에 3백50억마르크,92년에 2백80억마르크,93년에 2백억마르크,그리고 94년에 1백억 마르크를 받게된다.

이같은 지원규모는 동독의 경제재건에 큰 도움을 주게될 것은 사실이겠으나 충분한 해결책은 될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동독의 경제가 새로운 시장경제체제에 얼마나 빠른 적응력을 보이느냐가 문제해결의 초점으로 등장되고 있다.

도이체 방크 이사 쿠르트 카시씨는 『억만금의 마르크도 모든 것을 다 해결 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문제는 사회주의 경제에 물들어있는 사람들의 사고를 어떻게 빨리 전환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생산시설을 보강하고 통신수단과 경영관리 체제를 개선하여 외국으로부터의 투자유인환경을 갖추어야 하며 이와함께 관료주의 타파등 경영층과 근로자들의 사고전환,서독으로부터의 재정지원 등이 조화를 이룰때 경제통합은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며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자유시장 경제로의 완전한 탈바꿈이 이루어 질수 있다는 것이다.<라이프치히=김진천특파원>
1990-07-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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