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지 기자의 런던eye] 친구야, 널 위해 펀치를 날린다

[조은지 기자의 런던eye] 친구야, 널 위해 펀치를 날린다

입력 2012-07-26 00:00
업데이트 2012-07-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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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훈은 다급하게 친구를 불렀다. “재경아, 빨리 와라. 너도 같이 해야지. 얼른얼른!” 취재진이 많아질수록 목소리는 커졌고 톤은 높아졌다. 거듭된 러브콜에도 친구는 한사코 손을 내저었다. 신종훈이 기자와 카메라에 둘러싸여 재잘거리는 동안 그는 멀뚱히 앉아 땀을 식혔다. 부럽거나 부끄럽거나 그 언저리 어디쯤의 감정이었다. 24일(현지시간) 런던 브루넬대학 훈련캠프 복싱장에서의 일이다.

●친구이자 복싱파트너 김재경,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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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김재경
김재경은 신종훈의 훈련 파트너로 런던 땅을 밟았다. 둘은 국가대표 상비군 생활을 함께 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사이. 김재경이 52㎏급으로 신종훈(49㎏ 미만)보다 한 체급 위지만 ‘거사’를 앞두고 마음 편하게 훈련할 도우미를 찾던 신종훈이 오랜 친구에게 손짓했다. 김재경은 고민 없이 덥석 손을 잡았다. 김재경은 “종훈이는 굉장한 노력파다. 친구고 동료지만 존경한다.”고 했다. “종훈이가 부럽기도 하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서 나도 언젠간 좋은 순간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이 왠지 짠했다. 조금은 울컥하기도 했다.

김재경의 표정에서 지난날 기자의 모습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태극마크를 동경하다가 공개 선발전에 나갔고 국가대표로 뽑혔고 무섭게 몰입했다. 지난해 반 년 동안 염치없게도 신문기자 월급을 받으면서 대표팀 합숙훈련을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게 뜀박질을 하고 온몸이 멍투성이인데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경기에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에서 직접 마주한 ‘덩치’들을 보고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그라운드에서 한 번 부딪치고 싶었다. 나는 절반은 잔디를 누볐고 절반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알 것 같다. 김재경의 마음을. 경기에 뛰고 싶지 않은 선수는 없다. 아니, 뛰고 싶지 않다면 선수가 아니다. 더군다나 올림픽은 모든 운동선수의 ‘로망’ 아니던가. 빛나는 축제에 초대받았지만 주인공은 아닌, 어쩌면 주연 옆이라 더욱 캄캄한 터널 속으로 느껴지는 그곳에 김재경이 있었다.

●“부럽지만 내게도 좋은 때 올 것”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실전 못지않은 강펀치를 신종훈에게 날리는 일이다. 더 세게, 빠르게 잽을 몰아치는 게 메달의 연금술이다. 세계 랭킹 1위 신종훈이 금메달을 걸더라도 조명은 여전히 비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재경의 심장은 신종훈 못지않게 콩닥거리고 있다. 런던에 이런 ‘특급 조연’이 딱 60명 있다.

zone4@seoul.co.kr

2012-07-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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