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골대 득점왕으로 제2 전성기… K-리그 우승·월드컵대표 노려
일찌감치 ‘라이언 킹’이란 별명을 달았다. 골을 넣고 두 팔을 크게 벌려 포효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오래 숨을 고르더니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이동국의 진짜 모습을 나타낸 경기가 바로 1일 전남과의 K-리그 최종 30라운드였다. 1-0으로 앞선 전반 34분 패스 하나만으로도 한층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아크 바로 앞에서 수비수들을 등진 채 오른쪽으로 달려들던 최철순에게 기막힌 패스를 건넸고, 최철순은 코너킥 지점 근처에서 이동국에게 리턴 패스를 했다. 이동국은 그림 같은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을 낚았다. ‘주워 먹는다.’거나 ‘게으른 천재’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옛날의 이동국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실 이동국에겐 오랜 아픔을 털어버린 시즌이다. 1998년 K-리그 신인왕을 꿰찼지만 불운이 따랐다. 그해 10월 일본과의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예선과 결승에서 골을 뽑아 승리를 이끌며 ‘이동국 신드롬’을 일으켰다. 프로축구 르네상스의 한복판에 섰던 그는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러나 일찍이 맞은 기회는 갑작스레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탓에 부담을 안겼다. 순간 잘못하기라도 하면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화끈하다기보다는 쑥스러워하는 내성적 성격은 악순환을 낳았다. 팀 승리가 아니라 가만히 서서 골만 노린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오른쪽 무릎을 다쳐 눈물을 삼키는 등 고비마다 부상도 덮쳤다.
지난 시즌엔 성남으로부터 “이름만 내세운다.”는 평가 속에 퇴출됐다. ‘재활 공장장’ 최강희(50) 감독 아래 거듭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동국이 도움을 올리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올 시즌 들어 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팀과 연계하는 플레이에서 돋보였다.”고 말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도 “달라졌다는 점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해야겠다는 절박감과 목표의식이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신을 꾀하며 이런저런 불운을 털어낸 이동국에게 이제 다가온 꿈은 다시 찾아온 지구촌 최대의 잔치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빛내는 것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9-11-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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