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1997년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대전 시티즌은 10여년 역사에서 단 한번도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가져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축구특별시’라는 별칭을 들을 만큼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이태호와 김윤겸이라는 젊은 감독이 지휘했던 21세기의 초엽 대전 시티즌은 최강 구단을 위협하는 가장 예리하고 아름다운 다크호스였다. 다양한 공격 전술과 빠른 패스에 의한 속도의 축구가 대전 시티즌의 스타일이었다. 특히 최강 수원 삼성과의 경기는 언제나 팽팽한 긴장이 흘러넘쳤다. 양 구단의 역사 속에서 빚어진 숱한 갈등과 복합적인 감정에 의해 두 팀의 선수와 팬들은 늘 ‘같은 하늘을 이고 잘 수는 없다.’는 기세로 맞붙는다. 불상사가 나기도 했지만, 밋밋하게 치러지는 여느 구단의 경기와는 전혀 다른 충혈된 기운이 인상적이었다.그랬던 ‘특별시’가 취약한 재정과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덧 쇠락해 가고 있다. 2007년 전임 최윤겸 감독이 개운치 않은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백전노장 김호 감독이 팀을 맡아 이끌어온 지 2년째이지만 결국 구단 내부의 알력과 갈등에 휘말려 또다시 중도하차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호 감독이 중도하차하게 된 사건의 내막은 매우 복잡하다. 감독과 구단 사장이 동시에 퇴진하는 양상 자체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구단 이사회에서는 김호 감독을 ‘명예 총감독’으로 추대할 계획도 있다고 하는데, 예전의 숱한 사례로 보나 퇴진하는 김호 감독의 내면으로 보나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팀 서포터스 ‘퍼플 크루’는 2007년 말부터 야기된 구단 안팎의 구조적 취약점과 특정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결국 사장과 감독의 동반 퇴진이라는 수렁에 빠지게 됐다. 경영 구조를 단순화해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구조 개선이야말로 시민구단의 사활이 걸린 과제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대전 시티즌의 홈 경기가 열릴 때면 대전월드컵경기장의 북측 스탠드는 젊은 열기로 뜨거워진다. 퍼플 크루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초상화까지 휘날리며 아름다운 열정의 빛나는 순간을 창출한다. 그 어떤 시련이 닥쳐도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강철 같은 믿음과 열정의 삶을 살았던 체 게바라. 바로 그처럼 ‘축구특별시’의 열기가 또다시 찾아온 구조적 병폐와 시련을 딛고 영원히 발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