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축구선수, 예술과 놀게 하라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축구선수, 예술과 놀게 하라

입력 2008-10-02 00:00
수정 2008-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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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의 ‘쓸모 없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사람은 문학평론가 김현이다. 그는 문학이 현실적으로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말했다. 심오한 역설이다. 소설이나 시는 진학이나 취업에 전혀 쓸모가 없고, 운전면허 교본이나 육법전서처럼 중요한 기준이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바로 그 ‘쓸모 없음’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부담없이 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의 존재 가치와 이 사회의 미래를 성찰하게 된다. 그래서 문학은 상당히 ‘쓸모’가 있다.

나는 이를 우리 축구 현실에 도입했으면 한다. 학생 선수나 프로 선수나 다들 과도한 훈련과 승패의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국가대표 선수라면 이 긴장과 의무감은 더 높다. 필자는 이들의 일상에 문학·예술을 도입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 스포츠 교육 풍토에서 유소년이나 성인 선수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수학이나 영어에 몰두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작전’이다.

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방법의 하나로 유소년에서 성인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각 연령에 맞게 문학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해 볼 것을 제안한다.‘교육’이 아니라 ‘체험’이라고 표현한 것은 현실 때문이다. 고된 훈련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이것이 ‘교육’이라는 또 다른 짐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한 일정이 아닐 것이다. 평범하게 성장하는 사람들과 달리 축구 선수들의 일상과 그 문화는 매우 건조하다. 이 사회의 평균적인 교육이나 문화 생활로부터 동떨어지기도 한다. 성인이 되고 나면 힘든 경기 일정을 잊기 위해 간혹 술에 의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문학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는 것이다.

문화 담당 코디네이터가 팀 전체를 위한 예술 체험이나 영화 감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개별 선수들의 특성이나 취향에 맞는 교양 정보도 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고뇌와 희망을 담은 영화라면 팀 전체가 함께 감상하면 좋을 것이고, 시와 미술 음악처럼 개인 영역은 개별 선수의 취향과 감성에 맞게 코디네이터가 제공해주면 좋겠다. 각 구단의 연고지 대학과 협력해 전문가·교수들의 특강을 초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럽 리그로 진출할 꿈을 가진 선수들에겐 주요 나라의 역사와 문화, 각 리그의 문화적 특징과 장·단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해도 유익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계획은 선수들이 이 사회의 평균적인 문화 생활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각 구단의 기본 계획과 일정을 크게 수정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 번쯤은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을까.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2008-10-0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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