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3일 중국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0-8로 패한 이래 15년 동안 15차례의 경기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특히 1991년 6월2일 일본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10골을 허용하면서 총 70실점에 단 3골만 득점하는 극심한 ‘공중증(恐中症)’에 시달렸다.1999년,2003년 아시아선수권에서 강선미의 두 골(2-5패)과 김진희의 한 골(1-3패)이 고작이다.
아시아에서 선두주자이면서 세계 정상급인 중국여자축구를 따라잡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2000년 이후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 이제는 중국을 꺾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축구협회의 U-12,16,19세 대표팀으로 이어지는 여자상비군 훈련의 연속성과 열악한 환경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일선 지도자들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일궈낸 소득이다.
특히 2003년 사상 처음 미국 여자월드컵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안종관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으면서 세대교체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2004년 U-19 아시아 여자청소년 대회에서 중국을 두 번이나 격파하고 우승을 이끈 한송이 차연희 박은정 박희영 이진화 등 잘 다듬어진 기본기와 빠른 스피드를 가진 신예들을 합류시켜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아울러 풍부한 경기 경험을 지닌 고참 유영실과 송주희 이지은 진숙희 김정미 등이 신구 조화를 이뤄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었다.
안종관 감독이 대회를 앞두고 수비조직의 안정과 중국의 장신에 철저히 대비한 것이 또한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수비의 백전노장 유영실을 리더로 홍경숙, 김결실, 차연희 4백 수비 라인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중국의 막강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으며 유기적이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패스 연결은 중국 팀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최전방 공격수의 변칙적인 운영도 중국의 허를 찌른 전략이었다. 팀의 대들보인 박은선을 스타팅멤버에서 빼고 U-20 청소년 출신인 한송이와 정정숙으로 이어지는 투톱 플레이는 재치와 무게가 동시에 실렸다. 또 전반 종료 직전 교체 투입돼 중국 수비를 무너뜨린 박은선의 종횡무진 활약은 한국여자대표팀의 세계도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후련한 승리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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