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의 그린 에세이] 골프장 회원권

[김영두의 그린 에세이] 골프장 회원권

입력 2004-07-27 00:00
수정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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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회원권 구입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회원제 골프장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숙박업소 대신 별장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택시나 대중교통 수단 대신 자가용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며,‘일회용 애인’ 대신 ‘작은 마누라’를 얻는 것과 같다.

회원권이나 자가용 자동차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도,작은 마누라와 별장은 생기는 순간부터 골치가 아파지고 관리비와 보수 비용이 든다는 말이 있었다.그래서 작은 마누라를 ‘작은 집’혹은 ‘첩실’이라고 부른 것 같다.

얼마나 유지관리가 어려우면,골프약속을 취소할 수 있는 명분은 ‘작은 마누라의 해산’과 ‘본인 사망’밖에 없다는 말이 골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겠는가.조강지처가 아들을 낳는다는 이유로 골프약속을 파기했다가는 동반자들로부터 ‘능지처참’을 당하지만,작은 마누라의 해산이라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중천금 같은 골프약속을 어겨도 동반자들이 봐준다는 뜻이다.

회원권의 감가상각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작은 마누라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하여 들어가는 비용만큼이나 추가비용이 든다.화장품이나 예쁜 옷으로 가꿔줘야 하고 주름살 다리미질 비용인 성형수술비를 대야하는 것처럼 훼손된 페어웨이도 수리해야 하고 철마다 꽃나무도 심고 비료와 영양제도 뿌려줘야 한다는 말이다.흙탕물만 고인 워터해저드도 물갈이를 해야 하고,삐걱거리는 관절을 혹사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홀과 홀 사이에 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해야 한다.낡은 수도꼭지도 교체해야 하고,헐거워진 하수도 배수구도 손질해야 한다.자가용 자동차도 조이고 닦고 윤활유도 수시로 교체를 해주어야 잘 굴러가지 않던가.

보수비용이 든다고 자가용 자동차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면,자동차도 주인에게 심통을 부릴 것이다.작은 마누라에게 시간과 노력을 덜 바치고 유지비용의 지불에 소홀했다면,그녀는 뾰로통 토라져서 당신을 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골프장 회원권,자가용 자동차,작은 마누라나 별장을 두려고 할 때는 일시적인 충동이 아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조사를 해야 하며,깊은 고려 후에 결정해야 한다.그래야 머리앓이와 가슴앓이의 원인이 될 값비싼 실수를 피할 수 있다.이런 골치 아픈 문제들이 곳곳에 숨어 있음을 깨닫고 난 뒤에도,회원권이나 작은 마누라가 있는 편이 더 행복하리라는 판단이 선다면,전심전력으로 일을 추진하라.

인간은 ‘그 무엇’에 왜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는가.적어도 투자한 만큼은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회원권을 지닌 회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주장하며 맘껏 즐겨라.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2004-07-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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