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에도 기기값은 별도·땡볕에 방치된 고장난 휠체어 충전기…“장애인이 마주한 일상의 벽들”

해고에도 기기값은 별도·땡볕에 방치된 고장난 휠체어 충전기…“장애인이 마주한 일상의 벽들”

손지연 기자
입력 2024-04-21 16:55
수정 2024-04-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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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근무 등 기준 못 지키면
장애인 보조기기 사용 기간 따라 돈 내야
반납도 안 돼…경제적 부담 가중

서울 휠체어 충전기 11% 실외 설치
더위·추위에 그대로 노출…비 맞아 고장도
자치구 25개 중 7개만 관리 규정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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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설치된 장애인 전동보장구(전동휠체어) 충전기. 양쪽 충전잭 모두 고장난 상태로 방치됐다. 손지연 기자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설치된 장애인 전동보장구(전동휠체어) 충전기. 양쪽 충전잭 모두 고장난 상태로 방치됐다. 손지연 기자
시각장애인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강제 해고당한 뒤 빚까지 질 처지에 놓였다. 취업하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받은 시각장애인 전용 컴퓨터와 태블릿PC의 기기값으로 200만원 조금 넘는 돈을 공단에 내야 해서다. A씨는 “자발적인 퇴사가 아닌데도 의무 근무(2년)를 채우지 못한 기간만큼 기기값을 물어내야 하고, 일자리를 잃어 쓸모가 없어진 보조기기를 반납하는 것까지 허용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불합리하다”며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지난 15일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려 호소했다.

21일 공단에 따르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공단은 장애인 한 명당 1500만원(중증 2000만원) 한도로 태블릿PC나 노트북, 휠체어, 장애인용 소프트웨어 등 일할 때 필요한 보조기기를 지원한다. 보조기기 지원 예산은 2019년 115억원에서 지난해 192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2년간 근무’나 ‘6개월 내 재취업’이라는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지원받은 보조기기의 사용 기간에 준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500만원인 휠체어를 지원받고 1년 뒤 해고당했다면 약 250만원을 반납하는 식이다. 장애인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장애인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196만원으로 비장애인(288만원)의 68%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기값 반납은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자발적인 고용 중단 사유 등 근무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를 종합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발목 잡는 취업 지원 정책
전체 11% 실외 충전기, 땡볕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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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 장애인 전동휠체어 충전기 설치 현황
서울시 내 장애인 전동휠체어 충전기 설치 현황
각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한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장으로 사용이 어렵거나 쓰레기장 옆에 방치되는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시 내 전동휠체어 충전기 671대 중 78대(11.6%)는 실외에 설치돼 있다. 실내에 마련된 충전기는 야간 시간이나 공휴일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24시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외부에 설치한 충전기 중 다수는 고장났거나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2개 자치구를 돌면서 점검해 보니 충전기 8대 중 4대는 이용 중단 상태이거나 쓰레기장 및 주차장 인근에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전기 합선이 발생해 충전기가 오래전 고장이 났는데 언제 수리될 수 있을지도 정확히 모른다”고 전했다.

또 실외에 설치된 충전기는 그늘막 등이 없어 더위나 추위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전동휠체어 충전에는 통상 1~2시간이 걸린다. 뇌병변 장애인 구태형(50)씨는 “실외 충전기를 사용하면 덥거나 추워도 1시간이 넘는 충전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홍원표(68)씨도 “그나마 관리가 잘 되는 복지관 내에 설치된 충전기는 경쟁이 치열해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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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은 공중전화 부스 형태의 실외 충전기 설치 등을 제안하면서 지자체가 설치뿐 아니라 관리에도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충전기에 대한 설치 규정은 물론 관리와 점검 규정까지 있는 자치구는 7곳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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