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시간 표시 신호등, 서울에선 왜 안 보일까요

빨간불 시간 표시 신호등, 서울에선 왜 안 보일까요

강동용 기자
강동용 기자
입력 2023-07-10 18:24
수정 2023-07-1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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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교통사고 67% 감소” 효과에도… 전국 설치 81곳 219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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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녹색신호 잔여 시간이 표시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 보행자 신호등.  강동용 기자
10일 녹색신호 잔여 시간이 표시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 보행자 신호등.
강동용 기자
지난해 무단횡단 예방 차원에서 적색 신호등에도 남은 시간을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지만 관련 장치를 설치한 지방자치단체는 경기 의정부시, 부산시 등 소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규정이 바뀐 뒤 시민들의 잇단 설치 요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단 한 대도 설치가 안 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적색신호 잔여 시간 표시장치가 설치된 곳은 81곳, 219개(지난 3월 기준)로 집계됐다. 보행자 신호등이 전국적으로 11만 9249곳에 25만 848개가 설치돼 있는 걸 감안하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해 2월 보행자의 무단횡단 예방을 위해 횡단보도에 적색신호 잔여 시간 표시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보행신호등 보조장치 표준지침’을 개정했다. 막대가 줄어들거나 남은 시간이 초 단위로 줄어드는 방식 중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잔여 시간 표시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교통사고 발생률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잔여 시간 표시장치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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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신호 때도 잔여 시간이 숫자로 표시되는 경기 의정부시청 앞 신호등. 의정부시청 제공
적색신호 때도 잔여 시간이 숫자로 표시되는 경기 의정부시청 앞 신호등.
의정부시청 제공
국내에선 의정부시가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보행자의 통행이 잦은 횡단보도 2곳의 신호등에 적색신호 잔여 시간 표시장치를 도입했다. 이 표시기 때문에 보행자들이 녹색 신호를 예측하고 미리 출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의정부경찰서가 도입 6개월 전후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해 보니 차량 교통사고는 9건에서 8건(11.1% 감소)으로, 보행자 교통사고는 3건에서 1건(66.7% 감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도 지난해 11월 무단횡단 교통사고 다발 지역에 이 장치를 설치한 뒤 이것이 무리한 횡단보도 진입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지난달 확대 설치 계획을 밝혔다. 경기 용인, 강원 삼척 등에서도 관련 장치를 설치하고 있지만 정작 서울에선 적색 신호 잔여 시간이 표시된 보행 신호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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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적색 신호 표시장치를 설치해 달라는 서초구와 은평구 등 일부 자치구와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는데도 구체적인 시범 운영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잔여 시간 표시기 설치를 위해서는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일부 지자체에서 오류가 나는 상황을 무시한 채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는 전체 신호기 개수가 많고 신호운영실의 규모가 커 설치가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관련 장치를 설치한 지자체에 따르면 경찰청의 신호기 연결기준을 준수해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문제도 없었다고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부 신호기에 잔여 시간 표시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신호등 개수나 신호운영실 규모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현재 시스템과의 호환 문제가 발생한다면 경찰이 애초에 신호 규격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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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신호 잔여 시간 표시기는 2004년형과 2010년형 신호제어기 중 2010년형만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설치할 수 있다. 버스전용차로를 이른 시기에 도입한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2010년형 신호제어기의 설치 비율이 높아 잔여 시간 표시기를 설치하는 게 오히려 유리한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제야 서울시 관계자도 “최대한 빨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서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2023-07-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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