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녹아내리는 듯한 ‘빙하’체… 기후위기 인식 녹아들다

녹아내리는 듯한 ‘빙하’체… 기후위기 인식 녹아들다

손지민 기자
입력 2021-11-01 20:46
업데이트 2021-11-02 01:5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기후폰트 한글화 이끈 노은유·이주희씨

‘빙하량 데이터 반영’ 헬싱키 신문사 제작
현지 지원 어려워지자 모금으로 디자인
자주 쓰는 2780자 내년 한글날 무료 배포
“빙하체 쓰며 자연스럽게 경각심 갖기를”
이미지 확대
핀란드 헬싱키 신문사가 만든 ‘기후위기 폰트’의 한글화 작업에 나선 글꼴 디자인 스튜디오 ‘노타입’의 노은유(왼쪽)·이주희 디자이너가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후위기 폰트 한글 버전을 소개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 신문사가 만든 ‘기후위기 폰트’의 한글화 작업에 나선 글꼴 디자인 스튜디오 ‘노타입’의 노은유(왼쪽)·이주희 디자이너가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후위기 폰트 한글 버전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 정상들이 영국 글래스고에 모여 머리를 맞댄 31일(현지시간), 시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산업화 이전 대비)로 막아 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글 글꼴을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노타입’의 노은유(38)·이주희(25)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 폰트는 지난해 말 핀란드 신문사인 ‘헬싱키 사노마트’가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제작한 글꼴이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모양을 형상화한 이 글꼴은 실제 빙하량 데이터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미국 국립 빙설자료센터에서 측정한 1979년부터 2019년까지의 북극해 빙하량 데이터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예측한 2050년의 빙하량 데이터를 디자인에 활용했다. 가장 굵은 글꼴에는 1979년 사상 처음으로 데이터를 측정한 양이, 가장 가는 글꼴에는 1979년 빙하량의 30%만 남을 것으로 예측되는 2050년의 빙하량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두 디자이너는 이 글꼴의 한글 버전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한글화 작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한글 별칭은 ‘빙하체’다. 두 사람은 대학 강의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난 사이다. 노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종이를 많이 쓰고, 사실 환경에 해를 끼치는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 “한편으론 무거운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이런 작업을 계기로 기후위기를 막는 일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글화 작업은 현재까지 20% 정도 진행됐다. 영어는 A부터 Z까지 대·소문자 총 52자를 만들면 되지만 한글은 자모음의 초·중·종성을 다 고려해 1만 772자를 만들어야 한다. 노타입은 이 가운데 자주 쓰는 2780자를 디자인 중이다. 기후위기 폰트는 현재 그리스어와 아랍어로도 작업이 진행 중인데 세계적으로 사용 비율이 낮은 한글까지 헬싱키 사노마트사의 지원이 닿기 어렵자 직접 모금을 하며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완성된 기후위기 한글폰트는 다음해 한글날(10월 9일)에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이 디자이너는 “기후위기 폰트가 널리 쓰여 기후위기를 쉽고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글 사진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11-02 25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