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옆에서, 창고 구석에서… 쉬라고 만든 공간 맞습니까

변기 옆에서, 창고 구석에서… 쉬라고 만든 공간 맞습니까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1-10-13 20:56
수정 2021-10-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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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열악한 휴게실 실태 공개

9명이 1평 남짓 학교 휴게실서 다닥다닥
냉난방 시설 없고 박스 깔고 앉아 쉬기도
휴게실 의무화 10개월 앞두고 개선 부진
“산안법 개정, 고용 규모 등 예외 두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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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내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10개월 앞두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쉼터는 여전히 열악하다. 서울의 한 면세점은 휴게실을 만드는 대신 직원용 화장실 옆에 소파를 배치했다.  민주노총 제공
사업장 내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10개월 앞두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쉼터는 여전히 열악하다. 서울의 한 면세점은 휴게실을 만드는 대신 직원용 화장실 옆에 소파를 배치했다.
민주노총 제공
“200명이 25층짜리 병원을 청소하지만 휴식 공간은 평균 17㎡(약 5평) 크기인 탈의실 4곳뿐입니다. 하루 1시간 30분 쉬는데 계단 밑, 직원용 엘레베이터 앞, 창고 구석에서 박스를 깔고 쉽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박철근(가명)씨는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열린 ‘휴게실 실태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업장 내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10개월 앞두고 있지만, 이처럼 청소·판매서비스·이동 노동자 등은 여전히 창고나 계단 등 임시 공간에서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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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내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10개월 앞두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쉼터는 여전히 열악하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청소 노동자들은 청소도구가 쌓여 있는 직원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쉰다. 민주노총 제공
사업장 내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10개월 앞두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쉼터는 여전히 열악하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청소 노동자들은 청소도구가 쌓여 있는 직원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쉰다.
민주노총 제공
사용 인원에 비해 휴게실이 좁고 거리도 멀 뿐아니라, 냉난방 등 기본적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는 점 역시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다. 김수현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사무국장은 “하루 8시간 서서 일하는 판매서비스 노동자는 족저근막염 등이 많아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휴게 시간은 30분인데 휴게실까지 가는 데만 10분이 걸리거나 그나마도 화장실 옆에 소파만 두기도 한다”고 했다.

일터가 수시로 바뀌는 이동 노동자들의 경우 아예 휴게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박상웅 가전통신노동조합 노동안전국장은 “회사는 빨리 고객의 집으로 가야 한다며 지점으로 출근하는 대신 의자도 없는 창고에서 일하게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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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내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10개월 앞두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쉼터는 여전히 열악하다. 학교 내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실은 비품을 보관하는 창고 등에 마련된 임시 휴게실인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 제공
사업장 내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10개월 앞두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쉼터는 여전히 열악하다. 학교 내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실은 비품을 보관하는 창고 등에 마련된 임시 휴게실인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 제공
학교에서 일하는 급식·미화 노동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7월 1364개 초·중·고등학교 급식실 휴게실을 조사한 결과, 휴게실이 없는 학교는 10개교에 불과했지만 167개교가 1인당 휴게 면적이 1㎡를 밑돌았다. 잠신고(3.7㎡)나 장훈고(4㎡)는 9명이 1평(3.3㎡) 남짓한 휴게실을 써야 했다. 1046개교는 옷장이 부족했고 759개교는 샤워실이 없거나 수전이 부족했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실이 마련될지는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속 시행령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법망을 피하려는 사업장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정명재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야간 노동자에게 마지막 열차가 지나가면 숙직하지 말고 집에 갔다가 새벽에 다시 나오라는 사례가 있다”면서 “이는 휴게 시설을 고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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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고용 규모나 매출액, 사업장 면적 등에 따라 예외를 두면 산안법 개정안은 생색내기 법안이 될 것”이라면서 “1인당 휴게 면적 기준이나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2021-10-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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