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공연장 고사 직전인데… ‘공공 공연장 개관’ 기름 끼얹은 서울시

민간 공연장 고사 직전인데… ‘공공 공연장 개관’ 기름 끼얹은 서울시

손지민 기자
입력 2020-11-12 21:24
수정 2020-11-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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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 인근 정부예산 들여 공연장 개관
프로 예술가에 사실상 ‘반값’ 대관 논란
예술계, 홍대 일대 공연시장 타격 우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개관.  서울시 제공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개관.
서울시 제공
코로나19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 민간 공연장들이 휴·폐업에 들어가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합정역 인근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 공연장을 개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공연장들은 대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고급 장비를 제공하는 대형 공연장이 들어서는 것을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에 빗대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공연 업계에 따르면 롤링홀 등 홍대 인근 공연장 85곳은 서울시에 지난 4일 개관한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서 연극, 뮤지컬을 제외한 대중음악 장르 공연을 금지해 달라는 공문을 지난 6일 발송했다. 170석 규모의 전문 공연장과 연습실을 갖춘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대관할 수 있는 공연·문화시설이다. 일반 시민들의 비영리 공연뿐만 아니라 프로 아티스트(전문 예술가) 공연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간 공연장들은 홍대 일대 공연 시장 생태계가 무너질 거라고 우려한다.

한국 인디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홍대는 라이브 공연장과 인디밴드들이 공생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홍대 인근에서 공연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정이 어려워졌다. 이 지역 대표 공연장인 하나투어 브이홀이 문을 닫고, 밴드 크라잉넛이 탄생한 공연장 DGBD(구 드럭)와 무브홀 등도 폐업했다.

홍대에서 프리즘홀을 운영하는 이기정 대표는 “민간 공연장은 수익을 내서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서울시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는 서울생활문화센터와 경쟁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시는 동아리 등 아마추어에게는 대관료를 할인하되, 프로 공연은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을 책정해 받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 따르면 주말 기준 공간 대관료는 120만원이다.

여기에 별도로 책정된 음향 및 조명 인건비 60만원과 악기 사용료 40만원 등을 합하면 총대관료는 220만원으로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민간 공연장의 평균 대관료는 240만~260만원 정도다. 다만 생활문화 동아리는 할인을 적용해 주말 기준 45만원에 대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프로팀은 이미 자체 음향·조명 인력과 악기를 보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반값’ 공연장”이라고 반박했다.

대관을 이용하는 예술인들은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개관을 환영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공공 공연장인데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와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측은 “주변 상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공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주변 공연장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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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0-11-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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